지난 1·4분기 동안 늘어난 집단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전체 늘어난 집단대출 증가액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공급 물량이 수요를 초과한 부산·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 집단대출의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국내 은행 집단대출은 전년 말 대비 5조2,00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2015년 한해 동안 증가액 8조8,000억원의 60%에 달하는 수치다.
보고서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둔화했음에도 주택 분양시장의 호황으로 집단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2017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20만2,000가구로 예년 평균 입주물량(10만7,000가구)의 두 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수도권에서 급증한 집단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각 은행이 중도금 대출의 채권보전방식을 시공사 연대보증에서 보증기관 보증서로 전환하면서 채권회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4개 시중은행의 중도금 대출 중 보증서 담보대출 비중은 2012년 말 37.8%에서 지난해 81.4%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초과공급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방이다. 특히 부산과 대구의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가구 수 증가분과 멸실주택을 포함한 주택 수요보다 각각 4만9,000가구, 16만8,000가구나 많았다. 한은 관계자는 “수도권 이외 지역의 집단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집단대출도 문제다. 보고서는 올해 1·4분기 중 상호금융에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3조5,000억원의 상당 부분이 집단대출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은행과 달리 채권보전을 중소형 건설사의 연대보증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이들 건설사의 연쇄부도 시 부실화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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