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공식 방문중인 황교안 국무총리는 30일 마지막 방문지인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에서 리시(李希) 랴오닝성 당서기를 접견했다.
황 총리는 리 당서기와 한·랴오닝성 협력 증진 방안을 협의하고 ▲랴오닝성 어선들의 불법조업 문제 해결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의 유엔 안보리 결의 충실한 이행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협조 ▲선양한국국제학교 이전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리 당서기는 관련 부서에 지시해 타당하게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답하면서 서해 불법조업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중앙정부 지침에 따라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의 자동차·전자기업들이 랴오닝성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랴오닝성을 포함한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3성은 북한과의 접경지대로, 중국은 그동안 소수민족(조선족) 문제 및 대북관계의 민감성 때문에 우리나라 정상급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황 총리의 선양 방문은 중국 측이 이 지역을 우리 고위인사에게 공개할 정도로 한중관계가 성숙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북3성에는 4만5,000여명의 재외국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4,500여개의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한국과의 교역규모는 지난 2015년 기준 98억달러에 달한다.
이에 앞서 황 총리는 이날 오전 동북3성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기업인 10명, 중국 기업인 15명 등을 초청해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황 총리는 “동북3성은 한국과 가장 인접한 지역으로 풍부한 잠재력을 보유한 만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서 양국간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총리는 또 한국식당과 북한식당 등이 밀집해 ‘코리아 타운’으로 불리는 시타(西塔) 거리에 위치한 한식당에서 동북3성 거주 동포들과 오찬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황 총리는 “최근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계속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동북3성 지역에 계신 우리 국민들께서 단합된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황 총리는 이날 오찬간담회에 앞서 시타거리를 둘러볼 예정이었으나, 안전 상의 이유로 취소했다. 올해 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및 잇단 미사일 발사 등 도발로 인해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북한과 접경을 맞댄 이 지역을 총리가 방문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포 오찬간담회가 열린 시타거리의 한식당 주위는 유동인구의 이동이 차단된 가운데 총으로 무장한 중국측 경호 인력들과 방패를 든 경찰들이 이 삼엄하게 경호를 했다.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이 지난 4월 집단 탈북하자 북한이 북중 접경지역 한국인을 대상으로 보복 테러 및 납치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황 총리는 이날 오후 4박5일 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선양=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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