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승탁(사진) 현대로템 사장의 출근지는 매일 바뀐다. 오늘 경남 창원 본사에 출근했다면 내일은 충남 당진 공장을 둘러보고 모레는 경기 의왕시 연구소에 나타나는 식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실무진은 때로는 반나절 단위로 바뀌는 김 사장의 일정을 맞추기도 힘들다”며 “해외출장까지 고려하면 (김 사장이)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은 갈수록 늘어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쁘게 돌아다니는 김 사장이 지난 달 28일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났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한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의 연간 영업손실(1,929억원)을 기록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 작업을 벌여온 김 사장은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라며 “이제 신발끈을 동여매고 다시 최선을 다해 뛸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숙원사업이기도 한 국산 고속열차의 해외 수출도 “2년 내 성사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한국철도기술연구원·한국철도공사와 공동으로 연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국내실용화 기념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서울경제에 “고속열차 수출의 첫 번째 목표는 터키”라며 “올해는 어렵지만 내년 안에 좋은 소식(계약 성사)을 들고 올 수 있다”고 전했다. 터키를 발판삼아 해외 고속철 사업을 적극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터키는 앙카라~시바스, 앙카라~이즈미르를 잇는 전체 구간 1,077㎞짜리 고속철 사업을 올 하반기에 발주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국내 연구기관과 손잡고 이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달 초 한국철도공사로부터 1,015억원 규모의 부산 부전역~마산역 구간 고속철 30량 계약을 따내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수주의 물꼬를 텄다.
현대로템은 해외 유수의 고속철 업체에 비하면 신생이나 다름없다. 김 사장은 현대로템의 경쟁력으로 “터키와의 오랜 신뢰관계”를 꼽았다. 그는 “현재 터키 고속철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 가운데 터키에 직접 공장을 만들어 고용을 창출하는 곳은 현대로템뿐”이라며 “터키에서 오래 사업을 하며 현지 정부·기업에 심은 믿음이 수주에 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96년 터키에 진출한 현대로템은 올해 4월 3,600억원에 가까운 이스탄불 전동차 사업을 따내 현지에서만도 누적 수주 2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김 사장은 “구조조정 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며 “이제는 실적향상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시달린 끝에 적자 전환한 현대로템은 올 초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의왕연구소와 서울사무소를 합쳤고 10년 만에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보유 부동산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에 잇따라 팔았고 저가수주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별 수익성 심사를 벌이는 사내 경영혁신위원회도 설치했다.
다행히 올해 수주 분위기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당히 나아졌다는 게 김 사장의 평이다. 김 사장은 “올 상반기도 좋았지만 해외 시장을 돌아보면 앞으로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면서 “하반기 또한 좋은 수주실적을 기대해도 된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올 상반기 철도사업에서만도 1조원 넘게 수주 실적을 올렸고 연간으로는 시장이 전망하는 3조3,000억원(회사 전체 기준)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다만 내부적으로 세워둔 실적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며 “캐나다 봉바르디에나 독일 지멘스 같은 선두권 기업들과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고 털어놓았다. 김 사장은 “지금은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한 뒤 다음 일정을 위해 바쁜 걸음을 옮겼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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