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세들어 살다가 집주인이 재계약못하겠다고 하면 눈 앞이 캄캄해지는데요, 기업들 간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업은행은 약 4년 전부터 KT의 공중전화부스에 ATM기기를 설치하고 있는데, KT가 직접 인터넷은행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방을 빼줘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정훈규기자입니다.
[기자]
IBK기업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된 ‘결합형 공중전화부스’입니다.
기업은행은 2011년부터 KT의 자회사인 KT링커스와 약 3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현재까지 1,400여곳 공중전화 부스에 ATM기기를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KT가 인터넷은행 사업에 나서면서, 기업은행은 앞으로 공중전화부스에서 ATM기기를 철거해야 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녹취] 김인회 단장/ K뱅크 컨소시엄
“K뱅크가 발전하면 전국적으로 고객도 늘어나고 할 텐데요. KT는 전국에 7만여개의 공중전화부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K뱅크는 고객접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의 약점을 공중전화ATM으로 메울 계획입니다.
공중전화부스의 집주인격인 KT가 직접 사용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세입자 격인 기업은행은 재계약이 불투명해진 것입니다.
기업은행은 2011년부터 유명방송인을 모델로 TV광고를 시작하며, 개인금융을 강화해왔습니다.
특히 시중은행들에 비해 점포수가 부족한 기업은행에게 결합형 공중전화부스는 고객편의를 높이기 위한 주요 전략이었습니다.
그동안 들인 돈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자 브릿지]
“ATM기기 한대당 평균가격은 약 1,400만원입니다.이같은 결합형 공중전화부스가 1,400여 곳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은행이 들인 기기값만 2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들인 공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지만, KT링커스는 앞으로의 계약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KT링커스 관계자
“K뱅크와 저희들이 (계약을) 하게 될 텐데, 아직 그것과 관련해서는 아이디어만 나와 있지 그쪽에서 어떠한 것도 얘기한 적은 없어요.”
핀테크 열풍으로 은행과 타업종간 짝짓기가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의 셈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
[영상촬영 신귀복/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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