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공식 출범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북한의 에너지·교통·관광·환경·상하수도 등 5대 분야를 지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이미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금강산관광특구가 북한에 대한 인프라 지원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례로 본 북한 인프라 개발 방향'을 통해 AIIB가 설립되면 에너지·교통·관광특구·환경·상하수도 등 5대 분야에 대한 개발지원이 가능해진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은 지난 1966년 설립 후 저개발국의 인프라 투자에 지원을 해온 ADB의 개발 사례와 AIIB의 주력지원 분야를 비교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ADB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동남아시아 메콩강유역권(GMS) 교통 및 교역 원활화 프로그램에 33억달러 규모의 차관과 4,000만달러의 기술지원을 통해 약 34억달러를 지원했다. 또 몽골 에너지 기술지원(1억달러), 네팔 관광 인프라 개선 프로젝트(893만달러), 중국 간쑤성 청정에너지 개발 프로젝트(3,000만달러), 베트남 수도 개선사업(4억4,000만달러) 등에도 투자했다.
이 같은 ADB의 투자 사례와 AIIB의 주력지원 사업을 감안하면 오는 2020년까지 1,000억달러의 인프라 투자 유치계획을 세운 북한의 인프라 개발을 우회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결론이다.
다만 연구원은 북한이 AIIB의 비가입국인 만큼 옵서버(observer) 형태로 참여시킨 뒤 단계적으로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IIB를 통해 북한의 개발을 지원할 경우 남·북·중·러의 인프라 협력 기회로 활용해 궁극적으로 유라시아 경제공동체 실현을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먼저 정부가 북한을 AIIB의 옵서버로 참여시켜 소규모 원조부터 진행한 후 가입을 유도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북한과 중국 동북3성, 극동 러시아 등 물리적 교통시설이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역내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AIIB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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