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폭탄이 터진 지 일주일이 흐르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최근 연이은 상승세로 주가 수준을 브렉시트 이전으로 되돌려놓으며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1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86%(16.97포인트) 오른 1,987.32로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코스피는 브렉시트 발표 전날인 지난달 23일(1,986.71) 종가를 넘어서며 일주일 만에 충격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번주 내내 상승세를 지속한 코스닥지수도 684.26을 기록하며 브렉시트 직전 수준(679.52)을 넘어섰다. 주식시장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달 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날 오는 7일 잠정실적을 내놓는 삼성전자(005930)는 장중 한때 4% 가까이 올라 52주 신고가를 또다시 경신하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주요 증시도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일본(4.89%)과 싱가포르(3.69%), 인도(3.10%), 대만(3.08%) 증시는 브렉시트 이후 한 주간 3% 넘게 상승해 미국(3.04%)과 독일(1.29%) 등 주요 선진증시를 크게 웃돌았다.
아시아증시가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브렉시트의 진원지인 영국을 포함한 유럽경제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데다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브렉시트 여파로 파운드화와 유로화가 급락하고 달러와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주요 아시아 수출국들은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로 당분간 갈 곳을 잃은 글로벌 자금이 상대적 안전지대로 인식되는 아시아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로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미뤄지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예상되면서 아시아 증시에는 호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브렉시트 이후 미국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과 선진국의 양적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아시아시장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전략적 자산배분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시장에 대한 포지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악재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증시는 개별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렉시트 후폭풍에서 벗어나면서 이제는 대외변수보다는 기업실적이나 경기지표 등 각국의 펀더멘털에 따라 증시의 방향도 결정될 것”이라며 “국내 증시는 다음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로 시작되는 2·4분기 어닝시즌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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