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제 선진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 정회원이 됐다. 지난 1997년 외화를 갚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돈을 빌려 외환위기를 넘긴 우리가 이제 국제사회에서 공식 채권국으로 신흥국의 부채 탕감 등을 논의하는 선진 국가가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최상목 1차관이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파리클럽’ 60주년 기념식에서 열린 ‘한국의 가입 서명식’에 참석해 최종 가입 서명을 했다고 밝혔다. 20개 회원국은 만장일치로 파리클럽 가입을 찬성해 우리는 21번째 가입 국가가 됐다. 최 차관은 서명식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채무국들이 한국을 보며 자신들도 경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일 프랑스 순방 중에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우리나라가 파리클럽에 정회원국으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행사에는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조아킹 레비 세계은행(WB) 상무이사 등 국제기구와 미국·영국·중국 등 주요국 재무부와 중앙은행 등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해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파리클럽은 1956년 경제위기로 채무를 갚지 못할 위기(디폴트)에 처한 아르헨티나의 채무조정을 위해 만든 비공식 협의체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일본 등 20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가입으로 21번째 파리클럽의 정식회원이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신흥국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이익을 요구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신흥국이 채무불이행 위기로 돈을 갚지 못해 빚을 유예해주거나 깎아줄 상황이 되면 파리클럽의 결정을 일방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주요 글로벌 채권 국가로서 신흥국의 금융·신용·기업 정보 등 고급 정보에 대한 접근도 수월해진다.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탓에 위험 신호가 켜진 신흥국의 세밀한 경제 상황 등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 이 같은 정보를 이용하면 국내외 금융기관이 대비책을 마련하도록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최 차관은 폐회사에서 파리클럽이 지난 60년간 이룩한 세계경제에 대한 기여와 향후 발전방향을 제안하고 가입 이후 한국의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파리클럽이 선진 채권국들의 모임으로서 세계경제에 위기가 닥칠때마다 그 극복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 왔다”며 “1980년대 외채위기의 해결과 1990년대 이후 고채무빈국 이니셔티브 이행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최 차관은 이어 “한국의 가입이 다른 나라 신흥 채권국의 파리클럽 가입을 독려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