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가 알코올도수를 25도까지 낮춘 저도 위스키를 출시하고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저도 위스키의 마지노선으로 불린 알코올도수 30도까지 무너지면서 주류 시장의 저도주 열풍이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이르면 이달 중순 저도 위스키 신제품 ‘블랙조커’(사진) 2종을 시판한다. 알코올도수는 블랙조커 마일드가 25도이고 블랙조커 클래식은 30도다. 지금까지 출시된 저도 위스키 중에서는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이 31도로 가장 낮았다. 독주의 대명사인 위스키가 소주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순해진 것이다.
가격도 파격적으로 책정했다. 출고가 기준 블랙조커 클래식은 1만2,870원이고 블랙조커 마일드는 9,900원이다. 앞서 출시된 저도 위스키에 비하면 절반 이상 저렴하다.
롯데주류가 저도 위스키에 사활을 거는 것은 잇따른 판매 부진으로 위스키 시장에서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제품인 ‘스카치블루’는 2014년까지만 해도 13.5%의 점유율로 부동의 2위였지만 올 들어서는 10%대로 추락하며 4위로 밀려났다. 1980년 출시된 국내 최초 양주 ‘캡틴큐’는 가짜 양주 논란에 휩싸이면서 아예 지난해 말 단종됐다.
앞서 출시한 저도 위스키도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롯데주류는 2014년 35도짜리 ‘주피터 마일드 블루’를 내놓고 이듬해 17년산 스카치위스키 원액으로 만든 프리미엄 저도 위스키 ‘주피터 마일드 블루 17’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위스키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골든블루’에 밀려 존재감 자체가 미미한 상황이다. 롯데주류가 기존의 저도 위스키 브랜드 주피터와 별도로 새 이름을 고른 이유다.
업계에서는 롯데주류가 블랙조커 시리즈를 앞세워 골든블루를 정조준할 것으로 내다본다. 토종 위스키인 골든블루는 2014년 롯데주류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선 뒤 유일하게 급성장 중이다. 올 상반기에는 페르노리카코리아까지 추월하고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까지 바짝 추격하고 있다. 뛰어난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을 내건 전략이 성공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경기침체로 위스키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저도 위스키만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도 롯데주류가 저도 위스키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07년 238만상자(1상자=500㎖×18병)에 달했던 국내 위스키 시장은 지난해 174만상자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알코올도수 40도 이하의 저도 위스키는 최근 점유율 20%대까지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30도 이하 위스키는 사실상 ‘초저도 위스키’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라며 “과일맛소주, 탄산소주, 과일맛막걸리 등 주류시장의 중심이 연일 저도주로 이동하면서 알코올도수로 구분하던 주종 간의 경계도 허물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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