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이슬을 머금은 싱싱한 꽃이 사진보다도 더 생생한 그림이다. 달콤한 케익의 화려함과 뭉개짐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이중성을 보여줬던 화가 박종필의 최근작은 ‘꽃그림’이다. 꼭두새벽부터 서울 서초동 꽃상가를 찾아가는 작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생기있는 꽃을 사 와 직접 꽃꽂이를 한다.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해 작가는 부지런히 그림을 그린다. 길어야 2~3일. 작품은 완성되고 꽃은 시든다. 그에게 꽃은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소통수단이다. 그래서 진짜 꽃들 사이에 교묘하게 가짜 꽃들을 배치한다. 현란한 꽃 모양과 색깔 속에서 우리의 눈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능력을 잃고 만다. 너무나 완벽해서 현실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그 상태를 작가는 자연미와 인공미의 양 지점에서 저울질 한다. 그의 개인전이 ‘익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29일까지 청담동 박여숙갤러리에서 열린다. (02)549-7575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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