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상반기 막바지에 전 세계 증시를 흔들었지만, 다행히 예상보다 충격이 적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향후 2년 동안 언제든지 브렉시트가 시장의 돌발변수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경제와 증시에 대해 ‘유럽 본토’의 시각은 어떨까. 지난 달 30일 국내 기관투자자 미팅을 위해 한국을 찾은 매튜 시들(사진) 피델리티자산운용 유럽주식운용팀 포트폴리오매니저로부터 전망을 들어봤다.
시들 매니저는 인터뷰 내내 “브렉시트라는 이벤트보다는 글로벌 기업인 유럽 기업들의 펀더멘탈을 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유럽 기업들 중에서도 꾸준히 성장할 기업들을 골라내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시들 매니저에 따르면 영국 FTSE100지수를 구성하는 100대 기업의 총 매출 중 4분의 1만이 영국에서 발생한다. 4분의 1은 유럽, 나머지는 미국과 아시아 등 유럽 바깥 지역에서 나온다. 기업들의 매출 구조를 고려한다면 브렉시트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이야기다. FTSE100지수는 지난 29일(현지시간) 6,360선까지 회복하는 등 유럽 각국 지수는 브렉시트 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FTSE100 기업 총 매출 ¼만 英서 발생
각국 지수도 브렉시트 이전 수준 회복
헬스케어·에너지·IT 섹터 눈여겨봐야
시들 매니저가 운용하는 ‘유러피안 그로스(Growth)’와 ‘유러피안 라저컴퍼니(Larger companies)’ 펀드의 영국 편입 비중은 각각 37%씩이지만, 마찬가지로 편입 기업들의 매출 구조를 감안 했을 때 영국 경제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12% 수준에 그친다. 예를 들어 ‘브리티시토바코’는 영국 기업이지만 국내 담배 판매량이 1%뿐, 나머지는 모두 수출이다. ‘푸르덴셜’도 영국이나 유럽보다는 최근 보험사업이 급성장 중인 싱가포르·인도네시아에서 매출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브렉시트 때문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지목된 유럽 은행주도 고르기 나름이다. 노르웨이 최대 은행인 DNB는 유러피안 그로스·유러피안 라저컴퍼니 펀드에 편입된 금융주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산유국인 노르웨이의 국부펀드가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두 펀드는 기본 체력과 앞으로의 전망이 좋은 기업을 주가가 낮은 구간으로 불리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에 사들여 수익을 극대화한다. 종목 선정은 확실한 전문성을 갖춘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진행한다. 피델리티에서 유럽 시장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만 45명이고, 예를 들어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노바티스(제약사)와 JP모건(금융사)를 거치며 30년 이상 제약만 들여다 본 전문가라고 시들 매니저는 강조했다. 그는 “물론 편입 종목 중 주가가 떨어진 기업도 있겠지만 어떤 기업들이 이런 변동기를 잘 견딜 수 있는지 선별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며 “브렉시트 때문에 영국, 유럽에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로스 펀드, 라저컴퍼니 펀드는 최근 5년 간 각각 40%, 5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들 매니저는 브렉시트 여파 속에서도 선전할 유럽 섹터로 헬스케어와 에너지, 정보기술(IT)을 꼽았다. 특히 제약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 만료보다 신약 출시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신약 개발 프로젝트당 임상 비용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들 매니저는 “최근 출시되는 바이오 의약품은 화학 원료로 만든 기존 약품보다 부작용이 적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비율도 높다”며 “특허 만료로 잃는 수익보다 신약 출시로 얻는 수익이 더 많아 전반적인 매출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제약주의 밸류에이션이 과거보다 낮다는 점을 감안 하면 사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에너지는 밸류에이션이 지난 60년래 최저 수준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시들 매니저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오일 시추기 개수는 2014년 말 1,600개에서 최근 400개까지 줄었다. 시추기 수가 줄면 6~9개월 후 셰일오일 생산량도 줄어드는데, 실제로 올 들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인도의 석유 소비량이 늘어나는 와중에 공급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유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He is…
‘유러피안 그로스’ 등 운용…16년간 유럽시장 ‘한 우물’
매튜 시들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매니저는 16년 간 유럽 시장을 전담한 운용역이다. 보험·IT·금융서비스·미디어 등 분야의 유럽 리서치 애널리스트, 영국 주식운용팀을 거쳐 현재 런던 피델리티 본사의 유럽 주식운용팀에 속해 있다. 지난 2010년, 2012년부터 ‘유러피안 그로스’, ‘유러피안 라저컴퍼니’ 펀드를 맡아 운용하고 있다. 캠브리지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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