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명품 브랜드 콘텐츠 대신 심도 있는 피처 기사를 강화하겠다는 유명 남성지 편집장의 공식 선언이 있었다. 그는 열심히 일하면 훗날 고급 시계를 차고 외제 승용차를 탈 수 있다는 젊은 층의 환상이 사라지고 있는 사회적 흐름을 직시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이에 앞서 버버리와 톰포드·베트망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패션위크 불참을 선언하며 전 세계 패션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모든 것이 생중계되는 시대에 지금 보는 제품을 반년 후에나 접할 수 있다는 발상이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올봄에 셀린과 구찌 등이 몸 일부를 자르거나 초점이 맞지 않는 ‘B컷 같은 A컷’ 광고를 대거 선보임과 동시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실시간으로 ‘좋아요’를 눌러댔다. 이는 인스타그램 등으로 다소 거칠지만 생생한 이미지에 익숙해진 소비층의 감성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보는 저성장 시대 도래와 SNS 발달로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유통과 제품·마케팅 등 기존 틀을 깬 전방위적 전략 수정을 감행한 사례라는 점에서 국내 패션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전 세계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또 나이와 국경에 상관없이 해시태그로 모이는 취향 공동체가 생기고 있으며 개인 SNS로 먼저 트렌드를 제시한다는 우월감을 느끼는 ‘힙스터’ 성향이 짙어지는 등 큰 변화가 이뤄지는 중이다.
국내에서도 전통 미디어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의 틀을 깨고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에 주목하고 있다. 본격적인 유럽 시장 공략을 앞둔 블랙야크 역시 디지털 기반의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며 세계적 변화의 흐름에 대처하는 중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운틴북’과 ‘세문밖 토크콘서트’ ‘아트오브더유스 프로젝트’ 등 라이프스타일로 세분된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고객의 취향을 저격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제품이 필요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싶어 제품을 사게 만든다면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진짜 브랜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