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노케미족’이라 부릅니다. 지난 봄,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면서 우리 생활속에 자리잡은 화학제품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상황인데요. 물건을 만들어 파는 기업과 관리의 주체가 되는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면서 내가 쓰는 생활용품은 내가 만들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자]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문화센터.
이곳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친환경 세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려는 주부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올 여름 지카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모기를 쫓는 천연 벌레 퇴치제가 최근 들어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천연 벌레 퇴치제를 만드는 것은 간단합니다.
무수에탄올과 정제수, 에센셜 오일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먼저 스프레이 용기에 무수에탄올을 계량하고, 준비한 에센셜 오일을 넣어줍니다. 무수에탄올과 에센셜 오일이 잘 섞이도록 흔들어준 다음 정제수를 넣어 잘 섞어주면 됩니다.
가습기 대신에 아예 천연 가습효과가 있는 식물을 들여놓기도 하고,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제습 기능이 있는 염화칼슘을 플라스틱 그릇에 넣어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향수나 방향제 대신 꽃을 사용하거나 아로마오일로 만든 탈취제를 사용하는 것도 노케미 라이프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또한, ‘친환경 3총사’라 불리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소다를 이용해 세탁부터 청소까지 가능한 만능세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는 설거지, 과일 씻기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욕실청소는 베이킹소다를 뿌린 뒤 구연산을 녹인 물을 붓고 솔로 문지르면 해결됩니다.
옷에 묻은 얼룩은 따뜻한 물에 과탄산소다를 풀어 씻으면 싹 없어집니다.
노케미 열풍은 제품 매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마트에서 화학성분 표백제 등의 매출이 작년보다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반면 온라인쇼핑몰에서 친환경 세제 매출은 163% 늘었습니다.
[인터뷰 / 최민정 문화센터 강사]
“여러 사건들로 인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들께서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천연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 문의가 많아졌고요. 실생활에서 쓸수 있는 세제라든지 여름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모기퇴치제를 천연으로 만들고 싶어하셔서 문의가 많이 늘었습니다.”
지난 5월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생활화학제품의 안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답한 소비자들이 응답자의 87%에 달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품 중에서는 표백제와 방충제, 탈취제, 방향제 순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생활화학제품 대신 천연 재료나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응답자가 약 70%를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화학제품으로 부터 건강을 지키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대한 자세한 성분을 분석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습니다. 화장품 정보를 제공하는 앱 ‘화해’에선 화장품 이름을 검색하면 주의해야 할 성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다운로드 250만 건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내외 3,000여 화장품 브랜드에 해당하는 5만 7,700개 이상의 제품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누적된 사용자 리뷰 데이터만 77만건에 달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인터뷰 /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학과 교수]
Q. 기업과 정부에게 요구되는 점은?
“기본적으로 화학제품이나 관련제품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는 부분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이 강하거든요.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행정적으로 지원이 되어야하고 기업측면에서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고 신뢰성있는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안전과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천연제품을 구입하거나 직접 만들어 쓰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인한 반짝 효과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 생활에서 안전과 건강, 나아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울경제TV 박미라입니다.
[영상취재 이창훈 /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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