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인도양 세이셸군도 인근 해상에서 광동해운 소속 원양어선 광현803호에서 선상반란이 일어났다. 함께 타고 있던 베트남 국적 선원 A(32)씨와 B(32)씨가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를 살해했다.
사건은 잔인했다. 부산해양경비안전처는 부검 결과 선장과 기관장은 A씨와 B씨의 칼에 총 23회나 찔렸다고 밝혔다. 사인은 장기손상과 과다출혈. 선원들은 한국으로 압송돼 살인과 특수폭행 혐의로 검찰로 송치됐다. 이들은 선장과 기관장의 폭언과 구박 등 비인격적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어업계의 잠재된 문제가 결국 터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 상황만 봐도 그렇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다이어트와 건강식 열풍으로 우리 국민 1인당 수산물 섭취량은 지난 2012년 1인당 연간 54.9kg에서 지난 2013년 53.8kg, 가장 최근 통계인 2014년에는 58.9kg까지 증가하며 수산물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맞춰 어업을 하는 선원들도 전체 2013년 5만9,572명에서 2014년 5만9,820명, 지난해에는 6만1,618명까지 늘어 6만명을 돌파했다.
이에 반해 고령화로 어업인은 늙고 있다. 전체 국내 선원 가운데 50대 이상 선원이 59.6%, 60대 이상 선원만 26.5%다. 10명 중 6명은 50대 이상이며 4명 중 1명 이상은 60대 이상 선원이라는 얘기다. 이는 젊은 층이 어촌을 떠나는 현상 때문이다. 30대 미만 선원(21.7%)을 모두 합쳐도 60대 이상 선원보다 작다.
청년(15~29세)이 떠난 어업 현장은 외국인 선원이 대신하고 있다. 외국인 선원 비중은 2009년 26%(1만3,789명)에서 지난해에서 39.99%(2만4,642명)으로 6년간 13%포인트 넘게 늘었다. 6년간 늘어난 선원만 1만835명. 선원 10명 중 4명은 외국인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선원에 비해 우리 선원들의 인권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지난 2011년 발행했던 오양75호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39명의 외국인 선원이 탈출해 뉴질랜드 당국에 노동착취와 폭력·임금 체불 등을 신고했다. 2012년 뉴질랜드 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원양어선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 사건은 2012년 미국 국무부가 발간한 ‘2011년 세계 인신매매’ 보고서에 노예노동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소양101호에서는 가슴 통증과 손발 부종 등 고통을 호소하는 필리핀선원이 방치돼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오양75호 사건이 터진 후 국가인권위가 외국인 선원 1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욕설·폭언은 93.5%, 폭행은 42.6%, 감금은 10.1%가 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외국인 선원이 평균 임금을 얼마나 받는지, 최저임금을 받는지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원양어선의 경우 해외 현지에서 외국인 선원을 태운 후 바다에서 작업하고 다시 현지로 돌려보내기 때문에 임금 수준을 일괄적으로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외국인 선원 증가와 잇따른 사고를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다. 2013년에는 연근해어선에 승선하는 외국인 선원의 근로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외국인 선원 콜센터를 설치하고 선원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3월에는 외국인 선원 무단이탈이 발생한 선박은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국내 항만에 입항을 금지하는 강공책도 내놨다. 4월에는 노사정 합동으로 연근해어선에 고용된 외국인 선원의 근로 실태를 점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대책들보다는 실제 함께 작업하는 국내 선원들의 인권과 외국 문화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수협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국내 선원들 대부분 어촌에서 나고 자라 외국인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아랫사람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면서 “국내 선원과 외국인 선원이 서로 이해할 수 있게 교육에 나서야 제2의 베트남 선상반란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