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이 쇠퇴기를 맞으면서 국내 한 중소 조선소가 갖고 있던 거대 크레인이 해외에 팔릴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전 스웨덴 조선업의 황혼을 알렸던 ‘말뫼의 눈물’이 한국 조선업계에서도 재현될 조짐이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경남 창원 소재 중소 조선업체인 성동산업은 루마니아 소재 조선소와 마산 조선소에 설치한 70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을 팔기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270억원을 들여 만든 이 크레인은 법원 감정가가 190억원으로 매겨졌지만 수 차례 경매에도 인수 의향을 보인 곳이 없어 가격이 30억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성동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자금난을 맞았으며 마산 조선소 야드(12만726㎡) 부지도 조각조각 나뉘어 20개 중소기업에 팔렸다. 기계·항공기·원자력 부품 등을 제작하는 업체들이다. 성동산업은 성동조선해양의 모회사였지만 정홍준 성동산업 창업주가 채권단에 성동조선해양 지분을 넘기면서 남남이 됐다.
조선업계는 성동산업의 골리앗 크레인 매각을 과거 스웨덴에서 있었던 말뫼의 눈물과 비교한다. 글로벌 1위인 한국 조선업의 쇠퇴를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말뫼의 눈물은 스웨덴의 세계적 조선소였던 코쿰스가 지난 2002년 경영악화로 골리앗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으로 매각하면서 나온 이야기다. 당시 스웨덴 국민 수천명이 말뫼항에 모여 울산으로 떠나는 크레인을 지켜봤으며 현지 국영방송은 이를 보도하며 장송곡을 배경음악에 깔고 “말뫼가 울었다”고 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