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전 버스를 타고 가다가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듣게 됐다. 한 여학생이 근래에 소개팅을 했는데 상대 남학생이 비비크림도 바르지 않고 나왔다며 매너 없음을 지적하고 서로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평소 선크림 이외에 다른 메이크업은 하지 않는 기자로선 아직 학생에 불과한 그들의 대화가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갈수록 거세지는 그루밍 열풍이 10대까지 확산됐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체험한 LG생활건강의 CNP RX 매장과 VDL 매장은 기자에게 피부관리와 메이크업의 필요성을 십분 공감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그동안 스킨·로션 등 기초화장품의 경우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광고문구에 회의적이었고, 메이크업의 경우 필요성보단 ‘과하다’ ‘부담스럽다’는 감정이 앞섰는데, 이번 체험은 종전 생각이 확 바뀌는 계기가 됐다.
특이한 것은 피부 상태 측정 기기 ‘Rx-ray’가 마련돼 있다는 점. 화장품 연구소 및 전문 효능평가 기관에서 사용하는 3D 멀티안면분석 진단기기로, 피부 상태를 정확히 분석해 최적의 피부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Rx-ray에 얼굴을 넣고 세 번의 촬영을 통해 모공·주름·색소침착 수준 등을 알아봤다. 단순히 좋다·나쁘다는 식의 추상적 진단이 아니라 같은 나이 대 평균 피부를 기준으로 모공수치·주름수치·피지수 등이 구체적 퍼센티지(%)로 나온다. 모공이나 주름 상태의 경우 같은 나이 평균보다 각각 3%포인트, 7%포인트 나쁘다는 진단을 받았고, 피지수는 평균보다 낮아 건조하다는 분석이었다. 색소침착 정도와 피부톤 면에서도 미백 제품 사용을 권장받았다.
검사를 마치고 피부 전문 카운셀러에게 ‘베리어 리커버리 얼티메이트 크림’을 처방받았다. 피부 지질막과 유사한 성분의 세라마이드를 황금비율로 구성, 피부 본연의 힘을 강화해 건강한 피부장벽을 만들어주는 크림이다. 스킨으로 얼굴을 적신 후 크림을 구석구석 꼼꼼히 발라봤는데 푸석했던 피부가 금세 쫀쫀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니 촉촉하고 한결 생기 있어 보였다.
기초화장품 체험을 마치고 이번엔 메이크업 브랜드로 핫한 VDL 매장에 들렀다. 이곳에선 세계적 컬러 컨설팅 기업인 팬톤과의 협업으로 개발한 ‘컬러-인텔’ 기기를 체험해 볼 수 있었는데, 피부톤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찾아주는 컬러 매칭 시스템이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컬러-인텔을 통해 이마·볼·턱 세 부분을 측정하자 ‘2Y08 미디엄 페탈’ 피부톤이란 진단을 받았고, 여기에 어울리는 파운데이션·아이컬러·립 제품 등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이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가벼운 화장을 해줬는데 그 효과가 놀라웠다. 피부톤에 맞는 파운데이션을 전체적으로 얇게 발라주자 점과 기미가 가려지고 얼굴이 더욱 환해 보였다. 여기에 눈썹 정리 후 눈썹 빈 공간을 아이브로우 펜슬로 채우는 작업까지 마치니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이목구비가 더욱 뚜렷해 보였고, 외모를 잘 관리하는 남성이란 이미지를 줄 것 같았다.
매장 두 곳을 둘러본 소감을 정리하면 “남자들도 기초 화장품 선택에 신중해야 하고, 가벼운 메이크업은 평소에도 할 만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전문성을 뽐내야 하는 중요한 발표나 미팅 시에는 건강하고 환한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가 상당한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생각이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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