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계대출을 죄고 나섰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꼿꼿하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016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67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6,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이는 지난 2010~2014년 6월 평균인 3조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소득심사를 강화하도록 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올 2월 수도권, 5월에는 전국으로 확대했지만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셈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00조9,000억원으로 한 달 동안 4조8,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00조원을 넘는 것은 처음이다. 한은은 주택거래량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2,000가구로 5월(1만가구)보다 증가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 아닌 집단대출이 늘어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6월 마이너스통장대출·예적금담보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은 165조8,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가계대출과 달리 감소세를 나타냈다. 6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2조9,000억원으로 5월보다 1조2,000억원 줄었다. 분기 말 기업들이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상환하고 은행은 부실채권 정리에 바짝 나선 결과다. 대기업 대출은 2조9,000억원 줄었지만, 중소기업은 1조7,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 잔액은 249조4,000억원으로 1조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의 수신 잔액은 1,419조5,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14조3,000억원 늘었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의 영향으로 18조3,000억원 급증했고 정기예금은 1조1,000억원 늘었다. 반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는 각각 8,000억원, 4,000억원 감소했다. 자산운용사의 수신 잔액은 462조5,000억원으로 4조6,000억원 감소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9조원 감소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작용하며 채권형 펀드가 2조8,000억원 늘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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