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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바이오·제약 사업 본격 이륙한다

[30대 그룹은 지금] '신약 주권' 확보해 '글로벌 제약사'로 무럭무럭

지난 6월 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SK바이오팜을 방문해 개발 중인 신약 물질에관 한 설명을 듣고 있다.




SK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SK그룹은 20년 넘게 신약 개발에 공들여왔다. SK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지주회사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이다. 각각 의약품 개발과 생산 임무를 맡은 두 회사는 SK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에 가시적인 결과물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6월 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SK바이오팜 생명과 학연구원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제약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본격적인 현장 경영에 나선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 전문업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뇌전증(간질) 치료제 신약 승인을 앞두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1993년 신약 개발이라는 영역에 과감히 도전한 이후 20년이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을 통해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면서 “지금의 성과는 경영진과 임직원이 모두 하나가 돼 한 방향으로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K바이오팜의 연구개발 및 사업이 우리나라 ‘신약 주권’과도 연결되는 만큼 국가를 위한다는 자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SK바이오팜 생산 시설 모습.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 뚝심의 장기투자 결실
SK그룹이 바이오·제약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5대 신수종 사업으로 IT 서비스, ICT 융합, LNG,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 등을 내세운 바 있다. SK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이다.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을 담당하고, SK바이오텍은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신약의 생산(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 바이오의약품을 대행 생산하도록 아웃소싱을 맡기는 것)과 판매를 담당한다.

최태원 회장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신약 개발 조직을 지주사인 SK㈜ 직속으로 뒀다.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SK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 역사는 시간을 꽤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당시 유공 대덕기술원에 신약개발 연구팀을 만든 것이 출발점이다. 2011년에는 SK바이오팜을 설립하며 바이오·제약 사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

SK바이오팜은 중추 신경계 질환을 중심으로 다수의 혁신적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1996년 우울증 신약 후보 물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모두 15건의 임상시험 진행 승인을 획득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SK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은 의약품 개발과 위탁생산(CMO)이라는 투트랙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을 통해서는 기술 차별화를 통한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SK바이오텍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반도체 사업 전략과도 닮았다. 의약품 개발이 반도체 칩의 기술특허를 개발하는 것이라면, CMO는 반도체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생산)사업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공교롭게도 삼성그룹의 바이오·제약 사업과도 비슷한 전략이다. SK와 삼성은 바이오·제약 분야를 핵심 신사업으로 삼았지만 접근 방법은 조금 다르다. 삼성은 개발기간이 짧고 비용이 덜 들어 의약품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SK는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 삼성은 저렴한 약값으로, SK는 의약품 국산화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SK는 합성신약과 바이오신약, 천연물신약 등 다양한 의약품을 만들지만 바이오시밀러에는 발을 담그지 않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많고 기술 장벽도 낮아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을 땐 공급이 넘칠 것이란 예상에서다.

따라서 SK는 글로벌 과점체제인 신약 개발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예방의약 분야에서도 복제 형태가 아닌 독자적인 신규 백신을 만들고 있다. SK는 의약품을 국산화해 막대한 국부유출을 막겠다는 각오도 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인증을 얻은 백신은 27개 남짓하다. 하지만 이들 백신을 5개 정도 글로벌 제약사가 만들어 약값을 쥐고 흔들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 사업은 신약주권과도 연결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기준 1,790억 달러(약 213조 원)에 이른다. 전년 대비 8.5% 성장한 수치다. 2020년이면 2,780억 달러(약 3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6,406억 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8억924만 달러(9,156억 원)로 전년 대비 37.4%나 급증했다. 수출 효자 상품으로 빠르게 떠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도 바이오의약품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2020년 바이오의약품이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SK바이오팜 연구원들이 개발 중인 신약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신약 개발에 앞장서는 SK바이오팜
SK그룹은 2020년 바이오·제약 사업에서 2조5,000억 원의 매출과 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SK㈜는 지난 4월 기업설명회에서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 중인 뇌전증(간질) 치료제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초 뇌전증 치료제 ‘YKP3089’의 미국 임상 2상을 완료했다. 글로벌 최대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SK바이오팜은 기존 약물로도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2상 후기 시험에서 발작 빈도 감소율이 55%를 기록하는 등 기존 약물에 비해 두 배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임상 2상을 마친 YKP3089는 임상 3상에서 약효 검증을 받지 않아도 미국 FDA에 신약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이미 기존 약물보다 두 배 이상 뛰어난 약효를 입증해 안전성만 테스트해도 된다는 FDA의 확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YKP3089는 내년 FDA에 신약 판매 승인을 신청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한 시판은 2018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수면장애 치료 신약 ‘SKL-N05’의 글로벌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또 급성발작 신약 ‘플러미아즈(PLUMIAZ)’는 미국 FDA의 신약 승인 신청을 마쳤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부사장은 이런 성과에 대해 “중추 신경계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 출시하고 그동안 축적해온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바이오·제약 회사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직접 마케팅과 판매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부사장의 말처럼 SK바이오팜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신약을 국내외 시장에 직접 판매한다는 계획이 성공하면 국내 최초로 글로벌 종합제약사의 면모를 갖추는 셈이 된다. 시장에서도 SK의 바이오·제약 사업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이 말한다. “SK그룹이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바이오· 제약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특히 SK바이오팜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YKP3089는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면장애 치료 신약 및 급성발작 치료제 역시 2018년 글로벌 시장 출시가 예상되고 있어 2019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 증가가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1. 세종시 명학산업일반단지에서 열린 SK바이오텍 세종 의약품 공장 기공식 모습. 2 . SK바이오텍 세종 의약품 공장 조감도. 이 공장이 완공되면 SK바이오텍의 생산 규모는 현재 16만 리터에서 80만 리터로 늘어난다.


SK바이오텍, 의약품 생산 사업 확장
SK는 의약품 생산 사업(CMO)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SK바이오팜은 의약품 생산 사업을 위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이후 SK㈜는 지난 2월 말 이사회를 열고 SK바이오텍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손자회사였던 SK바이오텍을 자회사로 격상시킨 것이다. SK가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제약 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셈이다.

SK바이오텍은 SK 바이오·제약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동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의약품 생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목표로 한다. SK바이오텍은 지난해 매출 757억 원, 영업이익 20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6%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CMO 기업 영업이익률 평균인 15%를 훨씬 웃도는 실적이다.

SK바이오텍은 의약품 생산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6.5%, 약 8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공급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SK바이오텍은 지난해 11월 세종시 연동면 명학일반산업단지에 8만2,644㎡(2만5,000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새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공장은 총 3차에 나뉘어 증설되며 2017년 1차 증설이 완료돼 가동에 들어간다. 2020년까지 생산공장 증설이 끝나면 SK바이오텍의 생산 규모는 현재의 16만 리터에서 총 80만 리터로 늘어난다. SK바이오텍은 1차 증설이 완료되는 내년에는 매출이 1,3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SK바이오텍은 대전 대덕구 내 4개의 생산설비에서 당뇨 치료제, C형 간염 치료제, 항암제 등에 필요한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는 SK바이오팜이 개발 중인 뇌전증 치료 신약의 생산을 담당할 계획이다. SK바이오텍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 및 만성질환 증가로 의약품 생산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대덕연구단지 내 생산공장 가동률이 100%에 달해 사업 확장을 위한 생산시설 확대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텍은 수익성이 낮은 저가 복제약보다는 특허권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생산에 주력하며 주요 메이저 제약사와 우선공급자 관계를 구축해 대부분의 제품을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판매하고 있다. 사업 영역을 완제 의약품으로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유망 업체의 인수합병(M&A)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최태원 회장의 뚝심 있는 장기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은 성공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강력한 의지로 바이오·제약 사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2007년 지주사 전환과 함께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사 직속으로 배치해 사업을 이끌었다. SK그룹은 ‘바이오·제약’이라는 든든한 신성장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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