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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심화·수요부진 '이중고' ...우울한 中 진출 국내기업들

<산업연 중국 진출 기업 실태조사>

조사금속기계·섬유 등 고전

유통·화학 그나마 숨통

사드로 압박 심화될 듯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국 현지에서 경쟁 심화에다 수요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조사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전에 이뤄진 것임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더 심화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국 진출 한국 기업 경기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기업들의 3·4분기 전망 경기실사지수(BSI)는 93으로 기준점인 100에 크게 못 미쳤다.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 중국 한국상회 등과 산업연구원이 공동실시한 이번 조사는 지난 5월30일부터 6월29일까지 총 7개 업종, 230개 기업을 상대로 진행됐다. BSI는 경영실적·판매·비용·경영환경·애로사항 등에 대한 응답 결과를 0~200의 값으로 산출한 것으로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 수가 많았다는 뜻이다. 100 미만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매출(103)과 설비투자(105) 부문만 기준인 100을 간신히 넘긴 가운데 △영업환경 86 △경상이익과 자금조달 88 △현지판매 94 등 대부분의 항목이 부진했다. 중국이 우리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이런 결과는 우리 수출의 회복세가 여전히 더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사드 사태로 비관세 장벽 강화 등 중국의 경제제재가 예상되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매출전망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유통업(131)과 화학(126)은 100을 크게 웃돌아 호조가 예상됐지만 금속기계(81)와 섬유·의류(81)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100)와 자동차(100)는 보합이 예상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88인 반면 중소기업(106)은 100을 웃돌았다.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쟁 심화와 수요 부진이었다. 정부 주도의 전략적 투자로 중국 상품의 경쟁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그간 우리가 경쟁우위에 있었던 품목에서 고전이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바오치(保七·성장률 7% 유지)’ 시대가 끝나고 경기 둔화 국면에 돌입한 탓에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수요 부진(42.4%)과 경쟁 심화(33.3%)를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전기·전자 업계 역시 수요 부진(36.6%)과 경쟁 심화(24.4%) 순으로 답했다. 이 밖에 화학 업계는 경쟁 심화(35.5%)를, 섬유·의류 업계는 인건비 상승(29.0%)을 답한 비중이 높았다. 대기업은 현지 수요 부진(29.3%)을, 중소기업은 경쟁 심화(27.4%)를 가장 큰 문제로 인식했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지난 2·4분기 성장률이 6.7%로 시장 예상치보다 다소 웃도는 수치가 나오긴 했지만 중국이 고속성장을 멈추고 중속성장으로 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를 겪는 등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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