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금리 0%대의 한국은행 정책자금인 ‘금융중개지원대출’ 수요가 크게 부진하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내수회복을 견인하기 위해 한은이 지난 3월 이 정책금융의 한도를 25조원까지 늘렸지만 최근 이용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6월 금융중개지원대출 잔액 규모는 16조613억원으로 전월 대비 133억원 줄었다. 5월에 1,412억원이 줄어든 뒤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 2개월 연속 뒷걸음질한 것은 2012년 8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이란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시중은행에 0.5~0.75%의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2013년 총액한도대출에서 이름을 바꾼 후 설비투자 지원 등 5개 대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중은행이 이 경로로 조달한 자금을 중소기업 등에서 대출받을 경우 일반대출에 비해 0.3%포인트에서 많게는 1.1%포인트까지 낮은 금리가 적용된다. 2012년 7조3,000억원이었던 금융중개지원대출 실적은 △2013년 8조7,000억원 △2014년 10조7,000억원 △2015년 15조3,000억원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국내 투자 진작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투자와 경기부양을 위해 3월 대출한도를 25조원까지 늘렸다.
하지만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도 살아나지 않자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크게 줄었고 중개지원대출 증가세 역시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상반기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한은에서 신규로 빌려 간 이 자금은 7,6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8,700억원)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한은 관계자도 “예상외로 수요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기업의 투자 위축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업 투자로 가계소득이 늘어나고 가계소비가 늘면서 다시 기업을 투자에 나서게 하는 국민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시작부터 막혀있는 것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늘리기보다 기존 기업에 대한 대출을 줄이고 창업 쪽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자원배분 메커니즘을 개선해 투자를 진작하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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