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대표 사례다. 글로벌 기업 하이네켄과 헨켈·포드 등이 다양한 방식의 승계를 허용하는 법과 제도 덕에 오너가가 경영권을 합법적으로 넘겨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상속 관련 규제가 오히려 편법 승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해외 대기업의 승계 사례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이름의 보고서에서 “국내 대기업 승계 원활화를 위한 규제완화 등 제도설계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MW만 해도 요한나 크반트의 자제들은 직접 소유하고 있던 BMW의 상장주식에서 배당을 받아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사는 방식을 취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추가 비용 없이 지배권을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맥주회사 하이네켄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를 활용했다.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는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하고 그 회사의 지분을 관리하는 또 다른 지분관리회사를 위에 설립하는 방식이다. 옥상옥 구조인데 위에 지분관리회사를 새로 만들어 이를 상속자가 소유하면 된다. 하이네켄은 이런 방식으로 경영승계를 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의결권의 과반을 실질적으로 보유한 최대주주임에도 산술적으로는 낮은 직접 지분율(20%)을 갖고 있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며 기업승계를 할 수 있었다.
미국 포드는 포드재단에 대한 주식(보통주) 출연과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유지했다. 차등 의결권은 경영진이나 최대 주주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는 제도로 미국·일본 등은 도입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독일의 헨켈은 1985년 다른 가족의 동의 없이는 지분을 외부에 팔 수 없는 ‘가족지분 풀링 협약’을 체결해 승계 과정에서 지분율 희석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현재 의결권의 50% 이상을 가문이 확보하며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왔다. 독일 법원도 헨켈 사례와 같은 가족 협약에 대해 민법을 적용해 법적 지위를 인정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시 상속세를 감면해주는 제도가 없고 오히려 상속증여세법 조항에 따라 공익재단 출연 주식 규제, 지배주주 주식 할증평가 등 여러 규제가 적용된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 부담이 커 기업 승계 과정에서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적정 상속세를 부담하는 등 투명하고 합법적인 대기업 경영권 승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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