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장 융성한 시장은 누가 뭐래도 창업시장이다. 글로벌 창업시장에서는 오랜 창업역사와 문화적·사회적 풍토를 지렛대 삼아 세계를 선도하는 유니콘들을 탄생시키는 국가들이 있다. 이들 국가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외에 시장으로부터의 효율적 자금공급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자금의 효율적 집행에서 난관을 겪는 우리나라로서는 벤치마킹 사례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지리적으로나 인구학적으로 우리나라 창업생태계 조성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곳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불리한 인구구조 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스타트업 생산기지로 우뚝 섰다.
이스라엘의 자금집행은 ‘선택과 집중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스라엘의 정부 지원은 하이테크 기술을 보유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스타트업, 즉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에 집중된다. 쉽게 말해 돈이 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먹힐 만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다.
창업단계별로 각기 다른 지원 프로그램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창업 이전 단계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트누파 프로그램’과 창업 이후를 지원하는 ‘헤즈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창업기업의 성장역사를 함께 쓴다. 여기에 민간 분야에서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요즈마펀드가 국경을 넘나들며 자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후방지원한다.
창업의 천국이라는 별칭을 가진 미국의 창업지원 정책 역시 자금조달에 방점을 찍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11년 국정연설에서 제시한 ‘스타트업 아메리카 이니셔티브(Startup America Initiative)’는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의 자금지원과 세액공제를 통한 재무부담 경감을 주목적으로 한다.
이듬해 국회를 통과한 ‘점프스타트 아워 비즈니스 스타트업’ 법령은 한층 더 견고한 자금조달 지원정책이다. 이 법은 스타트업 기업이 민간시장에서 크라우드펀딩으로 자금을 쉽게 조달하고 기업공개로 자금 회수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국의 창업정책 역시 미국과 유사하게 창업 초기 단계 기업의 자금지원에 주력한다. 영국은 2012년부터 ‘초기기업투자법’을 도입, 운영하고 있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초기 단계 기업을 중심으로 연간 투자금액 10만파운드 한도에서 소득세 50%를 감면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클러스터 조성에 열심인 영국 정부는 클러스터 안에서도 선택과 집중 효과에 기반을 둔 자금의 선순환을 꾀하고 있다.
런던에는 테크시티라는 스타트업 입주지역이 있다. 조성 초기만 해도 100여개 기업이 입주했지만 현재는 5,000여개 이상 기업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영국 정부는 ‘퓨처 피프티(Future Fifty)’라는 지원정책으로 이 시티에 입주한 기업 가운데 성장 가능성이 증명된 50개 대표기업을 뽑아 정책자금과 세제혜택 등을 지원한다. 여기에 선정된 기업들은 △법인세율 인하 △신기술 연구지원 △공장 건설비용 세금면제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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