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말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주요 내용 중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일정한 요건을 갖춘 로보 어드바이저에 한해 투자자문에 응하거나 일임 재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한국의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을 한 뒤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완전한 인공지능 단계는 아니지만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의 활성화를 고려한 제도적인 지원으로 보인다.
로보 어드바이저와 일반적인 자산관리의 차이는 자동화된 자산배분 알고리즘이다. 현재는 온라인에서 자동화된 자산배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고객의 위험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배분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 단계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가 금융 산업 관점에서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해 고객층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과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투명한 수수료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확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로보 어드바이저의 특성은 전통적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제한되는 퇴직연금 고객을 위한 가장 혁신적인 운용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자산운용 능력에 대한 신뢰성 검증이 남아있지만 로보 어드바이저를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활용할 때 가장 큰 매력은 자동 자산 배분 알고리즘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 변동성을 즉각 반영해 최적의 운용 상태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적정 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실제 퇴직연금 자산의 대부분이 저금리 확정형 상품으로 투자되는 주된 이유는 가입자가 퇴직 때까지 지속해서 시장 변동성을 반영해 위험자산 투자를 이어가기 힘든 탓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를 퇴직연금 운용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선행과제가 있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현재 상장지수펀드(ETF)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데 자산 대상의 확대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위험 자산에 대한 총 투자 한도가 70%로 제한되지만 범위는 예금·국채를 비롯해 주식·펀드·회사채·대체투자까지 매우 넓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 세대부터 자산 확대가 가장 활발한 장년층과 은퇴 이후 연금을 받는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의 투자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운용자산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퇴직연금은 노후의 안정적인 생활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매우 중요한 자산으로 자산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로보 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퇴직연금의 자산관리 서비스가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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