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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 기업 전환의 새로운 매력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수합병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벌저 파트너스 Bulger Partners에 따르면, 지난 6년 중 3년 간은 공개 시장을 떠난 IT 기업 수가 공개 기업으로 전환한 IT 기업보다 더 많았다(안녕, 위협적인 행동주의 투자자들이여! 분기별 실적 압박에 죽음을! 사라져라, 미 증권거래위원회 보고서여!). 생각해보라. 최근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에서 그나마 확실했던 건 기업 공개를 통한 일확천금의 꿈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불안정한 주식시장과 공개 기업 전환의 부담 때문에 셈법이 바뀌고 있다.

포춘은 이번 기사를 통해 이러한 현상을 들여다보고, 거대하지만 때론 알아채기 힘든 비상장 기업의 영향을 살피고자 한다. 다음 페이지에 이어지는 ‘비상장 기업의 희망(Private Desire)’ 기사를 통해선 기업들이 상장을 포기하는 이유, 그리고 종종 이러한 결정이 이득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 다음으론 ‘포춘이 선정한 ’가장 중요한 25대 비상장 기업(The 25 Most Important Private Companies) ‘ 리스트를 최초로 공개한다. 이 리스트는 기업의 막대한 매출과 자산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회적 인지도, 일반 대중 생활과의 상관성, 혁신에 대한 영향력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마지막 기사 ‘대형 프로젝트의 거장(The Master of Megaprojects)’을 통해선 아직까지 비밀스러운 존재로 남아있는 거대 건설사 벡텔 Bechtel의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여다 본다. ‘비상장’라고 쓰인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베일에 싸인 세상’ 의 입구로 안내하는 포춘의 기사들을 읽어보라.



비상장 기업이 바라는 것들
왜 우버 주식은 살 수 없을까? 그 어떤 투자 은행가도 이보다 상장에 더 완벽한 기업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젊은 기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고, 매년 수십 억 달러 매출을 올리며, 전 세계 400개 도시 이상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그 중 80곳 이상에서 이미 이익을 내고 있다). 성장률도 세 자릿수에 이른다. 아마 투자자들은 앞다퉈 이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려 들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버 CEO 트래비스 캘러닉 Travis Kalanick은 이 기회를 잡아 스타트업 창업자 모두가 꿈꾸는 기업 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캘러닉은 일반 대중의 돈을 필요로 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우버에 필요한 모든 자본을 사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주식이 거래되는 부담을 짊어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돈은 투자 펀드로부터 들어온다. 그 중 일부는 지난해 1억 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전략적 투자자들의 돈이다. 우버는 작년 12월 625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 받아 21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물론 이 같은 문서상 가치평가는 일시적이다(테라노스 Theranos 를 떠올려 보라. 90억 달러의 밸류에이션을 자랑했지만, 그건 교묘한 속임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자극적인 추정치를 신뢰하고 우버에 가상의 가격표를 붙인다면, 우버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Dow Jones industrial average)에 속하는 캐터필러 Caterpillar와 트래블러스 Travelers, 최소한 이 두 곳보다 더 비싼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유수의 자동차기업 제너럴 모터스 General Motors-포춘 500대 기업이 선정되기 시작한 1955년부터 매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보다도 그 가치가 더 높다. 몇몇 기준으로 보면, 이미 미국 기업 상위 집단에 진입한 셈이다. 하지만 캘러닉은 기업 공개까진 최소한 ‘몇 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춘이 새롭게 선정한 ‘가장 중요한 25대 비상장 기업’ 1위에 오른 우버는 중요한 흐름을 보여주는 가장 눈에 띄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미국 업계는 전형적인 성공의 상징이던 기업 공개를 회피하고, 비상장 상태를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 전반적인 미국 기업 수는 증가 추세지만, 주식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기업 수는 20년 전 정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45% 급감했다(다음 페이지 표를 참조하라). 한때 미국 업계의 활발한 역동성을 상징하던 기업 공개 움직임은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지면서부터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경제 규모가 훨씬 더 거대해졌음에도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몇몇 공개 기업들이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고 다시 비상장로 전환했다. 다른 많은 기업들은 비상장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이 부를 창출하는 방법이 바뀌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자본의 수요와 공급도 변하고 있다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상황에 새로운 규칙과 규제가 더해지면서 기업 소유주가 얻게 되는 인센티브의 경중이 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공개 기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수가 줄어들고, 각각의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그 결과 지난 50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 조성되고, 사업 운영과 임금 지급, 미래 대비 운영에 있어 독창적인 방식을 갖춘 비상장 기업들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델 Dell이나 세이프웨이 Safeway처럼 잘 알려진 공개 기업들이 비상장로 전환하면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기업은 (비상장 전환을 하면)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하고, 월가보다 사업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이 갖춰지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에겐 현재 공개 기업의 재앙이라 할 수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가 좀 더 실질적인 동기를 제공하고 있다. 대형 사모펀드의 한 최고 경영자는 그 배경에 대해 “공개 기업 이사회는 투자자들을 심각할 정도로 두려워하며, 위임장 경쟁(proxy contest)을 피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5년 동안 나타난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다.” 두 기업은 모두 사모펀드 업체들이 비상장 기업으로 인수했다(델은 실버 레이크 Silver Lake가, 세이프웨이는 서버러스 Cerberus가 인수했다). 최근 몇 년 동안 활동주의 투자자들로 인해 상당수의 공개 기업들이 비상장로 전환했다(펫스마트 PetSmart, 록우드 Rockwood 화학, 그리고 여러 소규모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예로 들 수 있다).






포춘은 최근 비공식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CEO들에게 ‘다음 주장에 동의하는가, 반대하는가?: 자신의 회사가 공개 기업이 아니라 비상장 기업이었다면, 경영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진 사전 결과만 나와있지만, 여기서 읽을 수 있는 그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77%의 CEO들이 이 주장에 동의했다.

상장 기업의 비상장 전환은 주식 시장에서의 과도한 가치평가 탓에 한동안 감소세를 보여왔다. 현재 조금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흐름은 단순한 비상장 전환이 아니라, 우버처럼 상장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행동주의 투자자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요인들이 왜 기업 사유화 확대 현상이 대세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공개 기업의 비상장 전환이 적정한 가치 평가와 함께 다시 증가할 것인지를 설명해준다.

공개 기업으로 전환하는 주된 이유는-절대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바로 자금 조달이다. 공장과 기계를 기반으로 했던 과거 산업 경제 시기에는 넓은 기반을 가진 자금 조달처의 매력이 명확했다. 거대한 자본 확충이 필요했고, 자산은 고정돼 있었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리스크 최소화를 원했다. 하지만 오늘날 다수의 주요 기업들은 자본이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7대 기업 중 5곳인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아마존을 생각해보라. 이들은 사실상 아무 것도 생산하지 않으면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추가 자금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이들 중에는 현금과 시장에서 유통되는 유가증권으로 4,00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곳들도 있다. 이것이 바로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McKinsey Global Institute)가 ‘가벼운 자산(asset-light)’ 사업 모델이라고 부르는 형태다. 서구기업 이익 전체에서 이 같은 모델을 채택한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9년 17%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1%에 이르고 있다.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산업 기계나 공장보다는 특허, 브랜드, 상표, 저작권 쪽에서 더 많은 가치가 창출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처음 작성된 ‘가장 중요한 25대 비상장 기업’ 리스트에 오른 15개 기업은 실물 상품을 전혀 취급하지 않고 있다.

최근 진행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다. 포춘이 CEO들에게 투자금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모든 현금을 확보했는지 물었더니, 8%만이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전반적으로 자본의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그 공급원은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나이지리아처럼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인 국가들을 포함한) 기타 신흥 경제강국들이 부유해지면서, 전임 연준의장 벤 버냉키 Ben Bernanke가 ’글로벌 저축 과잉(global savings glut)‘이라고 부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갈 곳을 찾는 자본의 규모가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해졌다. 이에 따른 결과 중 하나가 사모펀드 업체와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현재의 거대 IT 기업들처럼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자금을 보유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조사업체 프레킨 Preqin에 따르면, 이 업체들의 ‘드라이 파우더 dry powder’-투자자가 투자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실행하지는 않은 자금-규모는 지난해 1조 3,000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프레킨은 올해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가치평가라고 지적한다. 과도하게 많은 자본이 극소수 목표 기업을 뒤쫓고 있어 합리적인 금액에 기업을 인수하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본이 필요한 비상장 기업들도 지분 포기를 보상해 줄만한 매력적인 대안과 마주하고 있다. ‘저축 과잉’과 전 세계 곳곳의 까다롭지 않은 금융정책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유니레버 Unilever는 최근 표면금리 0% 제로 쿠폰(zero coupon) 채권을 발행했다. 더 작은 규모의 기업들은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금리는 여전히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다른 국가들에선 이자로 내는 금액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제 이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정리해보자: 기업들은 과거에 비해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작다.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자산의 지분을 매각하려 한다면, 현금이 풍부한 사모펀드 업체와 벤처캐피털 업체들이 사무실 문 밖에 줄을 설 것이다. 정말 압도적인 규모로 사업을 키우려는 기업이라면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포춘 선정 비상장 기업 순위에 오른 업체들을 보라. 뱅가드 Vanguard, 피델리티 Fidelity,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Bridgewater ?Associates, 카길 Cargill, 벡텔, 엔에프엘 NFL, 마스 Mars,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은 각각이 속한 업계에서 최대 규모 업체이거나 최대 규모 업체 군에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기업 공개를 하겠는가?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차치해도 여러 단점을 고려했을 때 의문을 제기할 만하다. 과정 자체에 비용도 많이 든다. 플로리다 대학교의 기업 공개 전문가 제이 리터 Jay Ritter는 증권 발행과 등록 비용이 평균적으로 유치 자금의 14% 정도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첫 날 ‘대박’을 위해 공모가를 낮게 책정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는 평균 15% 상당의 투자금이 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공개 기업들은 특히 미국 내 사베인스-옥슬리 Sarbanes-Oxley 법과 도드-프랭크 Dodd-Frank 법 때문에 추가적인 규제도 받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비용이 소규모 기업들에겐 기업 공개로 달성하는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어떤 경우든지 상장 기업에 요구되는 정보 공개의 내용은 경쟁업체에게 요긴한 연구 대상이 된다. 그리고 경영진은 월가 애널리스트와 수천 명에 이르는 잠재적인 주주들을 항상 상대해야만 한다.



젊은 기업 입장에선 기업 공개가 거칠고 통제할 수 없는 과정이 될 우려도 있다. 2014년 12월 상장을 단행한 렌딩클럽 LendingClub을 생각해보라. 급등했던 주가는 기업이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던 중에도 하락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사외 이사들이 이끄는 이사회가 CEO 르노드 라플란체 Renaud Laplanche를 해임했다. 그가 한 업체에 투자하도록 렌딩클럽의 이사진을 압박했는데, 그 기업에 개인적인 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이사진에게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 해임의 사유였다. 최근 이 회사 주가는 기업 공개 당시에 비해 83%나 폭락했다.

비상장 기업은 이 같은 골칫거리를 피할 수 있다. 사모펀드 업체와 연결돼 있다면 다른 이점도 누릴 수 있다. 한 사모펀드 업체 대표는 “사모펀드의 거버넌스-소유주가 경영상의 결정을 주관하는 시스템-는 특히 자본 배정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보이기 때문에 존재하고 작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공개 기업들은 성장이 멈추면 가장 안 좋은 시기에 주식을 환매한다.” 그의 말은 맞다. 공개 기업들은 고평가 되어 있는 현재에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자금 수요와 공급에 괴리가 생기는 디스로케이션 dislocation 시기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사모펀드 업체는 많은 기업들이 갖추지 못하고 있는 폭넓은 경영 지혜를 제공하기도 한다. 팁코 소프트웨어 Tibco Software를 생각해보라. 소규모 소프트웨어 업체 중 하나로, 이 회사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취약한 실적을 빌미로 변화를 요구하자 비상장 기업으로 전환했다. 팁코는 비스타 에퀴티 파트너스 Vista Equity Partners에 매각됐고, 설립자 비벡 라나다베 Vivek Ranadive 는 최고운영자(COO) 머레이 로드 Murray Rode에게 CEO직을 넘겼다. 로드는 “내가 가장 놀랐던 사실은 사모펀드 투자자들과의 관계가 가진 본질이었다”고 말했다. “그들 같은 업체와 관계를 맺으면, 마치 스윙 코치를 둔 골프 선수가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도 스윙 코치가 무엇은 하고, 무엇은 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면 도움이 된다. 비스타는 사업 지원을 하기 위해, 자체 포트폴리오 소프트웨어 업체들로부터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과정을 잘 구축해놓았다. 다양한 기능적 영역을 아우르는 이 프로세스의 범위는 판매부터 제품 관리, 인사관리, 인수합병, 리더십 개발까지 다양하다.”

기업을 비상장 상태로 소유하는 건 또 다른 차원에서 경영자에게 큰 매력이 있다. 임금이 바로 그 부분이다. 공개 기업에선 최고 경영진의 임금이 공개된다. 그리고 대중들의 관심을 좋아하는 경영진은 별로 없다. 더 큰 단점은 이사진이 훌륭한 실적을 달성한 CEO에게 큰 보상을 할 수 있는 인센티브 임금 계획을 채택하는 것에 소극적이라는 사실이다. 그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분은 비상장 기업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CEO는 리스크를 감당할 의지만 있다면, 임금 계획을 통해 훨씬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Cerberus Capital Management의 고문으로 여러 업체를 관리했으며, 그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 Chrysler를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운영한 바 있는 밥 나델리 Bob Nardelli는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에선 첫 계약 보너스와, 공개기업보다 규모가 작지만 연간 상여금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가 높아지면 그에 따라 일정 비율을 받는다. CEO에게 지급되는 돈은 공개 기업에 비해 훨씬 더 그 규모가 다양하다. CEO는 연금도, 복지도, 장기 의료보험도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비근로 소득자인데다, 조기 사퇴하면 모든 것을 남겨놓고 떠나야 한다.”

물론 비상장 기업의 장점 중에는 과장된 것도 있다. 과연 장기간 경영이 가능할까? 기업이 패밀리 비즈니스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소유한 상태이면서 5~7년 내에 치고 빠질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경영진은 몇 분기 동안, 심지어는 몇 년에 걸쳐 영업이익을 가루로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델은 2013년 비상장 기업 전환 후 약 39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런 곳에선 미쓰비시 Mitsubishi의 500년 계획과 같은 형태는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재무제표 공개를 피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다고 꼭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상장 기업이 공개적인 부채를 안고 있는 경우, 증권거래위원회에 분기별 재무제표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비상장 기업이 상장 기업을 인수하려면 세부적인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만 한다. 델의 경우도 이엠시 EMC 인수와 관련해 증권거래위원회에 서류를 제출했을 때 회사가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졌다.






그럼에도 비상장 기업들은 주식 시장의 압박을 피하고 있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모편드 업체들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들은 공개 기업 주주들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상대일 수 있다. 가족 소유 기업의 경우, 사모펀드의 투자기한에 따른 리스크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내부 갈등으로 망가져 다른 업체에 매각되거나 공개 기업으로 전환된 곳도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다. 포드의 경우 자금이 필요하지 않았음에도 포드 가문과 포드 파운데이션 Ford Foundation의 불화 때문에 1956년 당시 최대 규모의 기업 공개를 강행한 바 있다.

이런 사례들은 기업 공개에 여전히 많은 장점이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설립자가 과반수의 지분을 유지하거나 다양한 등급의 주식 발행을 통해 경영권을 지키면서 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페이스북, 알파벳, 컴캐스트,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기업이 그런 방식을 취했다. 또 장기간 유지할 수는 없지만, 설립자가 상당한 통제력을 유지하면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기업 공개 이후 30년째 매각하고 있다. 상장 주식과 그에 수반되는 각종 공시를 통하면 기업의 공급업체, 직원, 고객들은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객관적 확신을 갖게 된다. 스톡 옵션 또한 경영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최근의 기업 소유 형태에 대해선 대략 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다. 정보와 자금이 즉각 움직이는 ‘마찰 없는 경제(friction-free economy)’ 에서, 최고의 공개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 구분된다. 승자 독식의 역학관계가 심화되면서 최고 실적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수익성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최고만이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며, 그에 따라 더 적은 수의 거대 기업만이 남게 된다. 동시에 더 많은 기업이 비상장 기업 상태를 유지한다.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사적인 출처로부터의 자금 유치를 선호할 수도 있으며, 공개 기업으로 전환하기보단 더 큰 기업에 매각되길 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몇몇 기업들은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공개 기업에서 비상장로 전환을 하고 있다. 이후에 다시 공개 기업으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기업에 매각될 가능성이 더 높으며, 공개 시장에 독립적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는 결코 없다.

비상장 기업들의 역할이 점점 커져가는 세상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들에 맞춰 변하고 있다. 국가에선 유한 책임 회사, 유한 합자회사, 유한 책임 합자회사, 전문 법인 같은 비상장 기업 소유 형태에 맞게 더 많은 선택 사항을 제공하고 있다. 창업가들은 비상장 기업 소유주들이 세컨드마켓 SecondMarket, 셰어즈포스트 SharesPost,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 Nasdaq Private Market 등의 새로운 비상장 방식을 통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방법도 만들어내고 있다. 비상장 기업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매일매일 더 쉬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규모가 더 커진 경제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공개 기업 소유 형태의 만성적인 단점은 소위 ‘위임 문제(agency problem)’에서 나온다. 바로 소유주와 경영자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거대 공개 기업의 최고 경영진은 일반적으로 적은 지분만 소유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은 스스로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해가 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주주들은 소유권이 너무 분산돼 있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비상장 기업에선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많은 지분을 보유한 이들이 보통 경영진 자신이거나 강력한 이사진 멤버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원이 더욱 생산적으로 투입된다. 요약하면 비상장 기업이 많아지면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모두 고려하면, 비상장 기업이 많아지고, 거대해지고, 더 많이 성공하고, 더 큰 영향력을 갖추게 된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흐름이 가까운 시기에 멈추는 일은 거의 없을 듯하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GEOFF COL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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