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조선 경기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의 일감(수주잔량)이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 조선소의 수주잔량이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과 일본이 자국 발주 물량으로 업황 악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조선소들은 국내 발주 물량이 올 상반기 전체 계약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22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이 발표한 ‘세계 조선소 모니터’ 7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 세계 수주잔량은 1억1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대비 12% 하락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수주잔량은 2,510만CGT 수준으로 같은 기간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 수주 잔량의 25%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수주잔량 자체로는 지난 2004년 1월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한국 조선소가 확보한 일감이 1년 전보다 20% 줄어든 반면 중국과 일본의 수주잔량은 각각 11%와 1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수주잔량은 중국이 3,670만CGT로 한국보다 많고 일본은 2,210만CGT로 한국 조선소 턱밑까지 올라왔다. 시장 점유율도 중국이 38%, 일본이 22%로 집계됐다.
한국 조선소의 일감이 줄어드는 속도가 중국·일본에 비해 가파른 것은 자국 내에서 발주되는 물량 수주가 이들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클락슨은 보고서 마지막 페이지에 별도로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잔량 감소에 대해 분석한 글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을 정도로 적은 선박 발주, 다른 국가의 국내 계약 트렌드, 운송 방식의 다양화”를 꼽았다. 클락슨은 “중국은 30척의 발레막스급 선박을 자국에서 수주했고 일본은 대부분의 발주와 수주가 국내에서 이뤄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은 SK E&S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선 2척을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것을 비롯해 국내 선사와 맺은 수주 계약이 전체 계약의 29%에 불과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선사와 대량 화주, 조선사가 상생해 위기를 극복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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