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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건강칼럼]심부전 '노화 증상'이라 방치말고 조기 진단·관리 통해 적극 치료를

정욱진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대한심부전연구회 총무이사)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장거리 여행을 가도 되는지 등 건강 상태를 염려하는 고령 환자들의 문의가 많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을 앓던 환자라면 휴가 전 건강 상태를 꼼꼼히 점검해보는 게 좋다. 특히 호흡곤란이나 피곤함 등을 단순 노화증상이라 생각해 내버려두다가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심장 건강과 직접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폭염과 수분 부족으로 신체리듬이 깨지는 여름철 고령자들 대다수는 심장에 큰 자극을 받는다. 이 자극의 정도가 심해 심장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 ‘심부전’에 이른다. 말 그대로 펌프질을 통해 온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해 ‘심장기능 이상’을 겪는다는 말이다.

심부전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호흡곤란이 있다. 처음에는 움직일 때만 나타나다가 질병이 진행되면 밤에 잠을 자다 갑자기 숨이 차 깨기도 하고 악화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빠진다. 장기가 혈액을 제대로 공급 받지 못해 피로감·부종·기침 등의 증상도 동반된다. 신체활동의 기본인 ‘호흡’이 어려워지면서 환자들은 언제 숨이 막혀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이 때문에 우울감과 같은 심리적 문제로 삶의 질 또한 급격히 저하된다.

심부전은 65세 이상 인구의 주요 사망·입원 원인이다. 최근 10년간 심부전에 따른 국내 사망자 수만 3배 가까이 늘었고 환자 수와 진료비 부담도 매해 증가해 최근 6년간 국내 심부전 환자 수는 21% 이상, 진료비 부담은 53.4% 증가했다. 심부전은 심장질환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 진단 받았을 때는 심장이 이미 상당히 망가져 있어 입원환자 10명 중 3명은 발병 후 4년 이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폐암을 제외한 대부분 암보다도 낮은 생존율이다.



문제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심부전 부담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보건 재정에도 위협적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심부전의 전체 유병률은 2%인 데 반해 이에 따른 의료비 부담은 약 15%에 이른다. 곧 다가올 한국의 모습인 셈이다.

그러나 국내는 아직 심부전에 대한 인지도나 국가적 대책 마련조차 미비한 상황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 65%가 심부전 증상을 정상적인 노화의 한 증상 정도로만 생각한다고 답해 심부전 조기 진단과 관리에 대한 대응 인식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질환의 마지막 단계지만 증상을 자각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예후를 보다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만큼 이상 증상이 있다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도 이미 초고령 사회를 경험하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처럼 심부전을 제대로 찾아내고 치료하는 관리체계, 이를 위한 연구 지원사업과 환자 지원체계 보강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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