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고위 관계자는 26일 “지난 7월 14일 삼성중공업 여신 2,000억원 만기를 연장하면서 유상증자 등 그룹 차원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회수도 가능하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만기 연장 여부는 10월께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14일로 만기가 돌아온 삼성중공업 대출 2,000억원을 3개월 연장해 다음 만기일은 10월 13일까지다.
농협은행이 삼성중공업 여신의 만기 연장에 유상증자 진행 여부를 조건으로 내 건 것은 기업 부실 대출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삼성중공업에 대한 그룹의 지원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농협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이 국민·신한·산업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들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신한은행은 각각 1,000억원 1,500억원에 대한 여신을 6월에 연장해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가장 먼저 유상증자 단서를 단 데 이어 다른 채권은행들도 이에 가세할 수 있다”면서 “채권은행이 유상증자를 만기연장 단서로 제시하면, 삼성그룹과 삼성중공업에도 일종의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한 경영정상화에 대한 압박을 넘어 돈줄 죄기 차원으로 확대될 경우 조선업 구조조정 계획이 틀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몇 차례 은행권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아직 역력하다”고 전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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