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투자자들이 성장과 수익을 함께 추구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아시아 채권에 대한 자금 유입이 비교적 활발해졌다. 아시아 주요국 정부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채권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시아 신용시장의 규모는 최근 몇 년 동안 크게 확대됐다. 아시아 고정금리 달러 표시 채권의 총수익 성과를 추적하는 JP모간 아시아 신용지수(JACI)는 1998년 310억 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6,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지역의 본격적인 경제 개혁에 힘입어 주요국의 신용등급은 빠르게 개선됐다. 한국을 비롯해 대만·말레이시아·인도·싱가포르·중국·태국·필리핀 등이 모두 투자 등급을 부여받았다. 인도네시아 역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어 앞으로 투자등급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선진시장의 국채 수익률이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 채권은 기초여건(펀더멘털)과 가치평가(밸류에이션)의 측면에서 매력적인 대안이다. 아시아 신용시장은 미국 국채 금리의 하락과 금리 차(스프레드) 축소 덕분에 연초 이후 6.5%라는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했다.
아시아 채권 투자자에게 우려의 대상은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다. 글로벌 지수에서 중국의 비중은 2006년 8%에서 올해 들어 40%를 웃돌고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다른 주요국과 비슷한 수준인 221%다. 다만 중국 GDP에서 기업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부터 2015년 사이에 64.5% 늘어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의 막대한 부채 증가는 지난 10년 동안 지방정부에서 공격적으로 돈을 끌어서 사회기반시설(인프라)를 구축하도록 유도한 탓이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회사채 발행사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 정부가 발 빠르게 개입함으로써 부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회사채 부도가 발생한 것은 지난 2014년이다. 이후 2015년 4월에는 국영기업의 부도가 일어났다. 부도 현상은 올해 들어 35건까지 늘어나면서 가속도가 붙는 분위기다. 부도 금액은 약 220억 위안으로 전체 회사채 발행 총액인 16조 위안의 0.14%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중국 채권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지만 역외 회사채 시장의 수익률은 올해 들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도율의 상승에도 역외시장에 대한 위험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인다. 게다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주로 기관투자가다. 주요 투자자가 갑자기 매도세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 중국 정부는 기업 부도율의 상승을 용인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제대로 된 정책 방향으로 평가한다. 중국 내 제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신용의 질은 나빠질 것이다. 그래도 우량·비우량 회사채 간 차별화를 통해 투자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