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서 다시 한 번 재정 당국의 적극적인 경기 대응을 요구했다.
이 총재는 27일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경제재정연구포럼이 주최한 조찬강연에서 “건전한 재정을 바탕으로 경기 부진을 타개하고 고용을 회복하는 데 재정의 역할을 해야 할 만큼 여력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출범한 경제재정연구포럼은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과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을 공동 대표로 하는 국회의원들의 연구단체다.
이 총재는 세계 주요국의 재정 상태를 비교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소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지속가능한 국가채무 최대치와 현재 국가채무 수준과의 차이) 추정치는 241.1%로 주요 11개국 가운데 노르웨이(246.0%) 다음으로 높았다. 미국(165.1%), 영국(132.6%), 프랑스(116.9%) 등과 비교하면 훨씬 양호한 수준이다.
이 총재는 또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현재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잠재성장률 하락,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에서 상당 부분 비롯됐다며 “통화·재정정책만으로 대응하기는 불충분하고 구조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경제는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에도 불구하고 회복세가 미흡하다”며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용, 소비세 인상 등 강력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IMF 보고서도 거론했다.
구조개혁과 관련해 이 총재는 중국의 ‘양조론(兩鳥論)’을 거론했다. 양조론이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06년 저장성 당 서기로 있을 당시 내걸었던 정책으로, 구조개혁과 새로운 성장모델 발굴을 동시에 해서 경제 회복을 견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보다 개발이 늦다는 중국 같은 나라에서도 구조개혁을 지도자가 강조하고 있다”며 구조개혁에 국회가 힘 써줄 것 당부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 이 총재는 “국내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완화적으로 운용하는 한편, 금융안정에도 유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과도할 경우 금융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기관의 위험자산 확대 및 유동성 위험 증가, 가계 및 기업의 부채 확대 등 금리 완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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