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재무장관회담이 다음달 27일 서울에서 열린다. 지난해 5월 도쿄에서 열린 후 1년 3개월 만이다.
27일 기획재정부는 “제7차 한일 재무장관회담이 8월27일 서울에서 열린다”며 “구체적인 일정 및 의제는 추가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일본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참석한다. 국제금융·재정·세제 분야 관료들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일 통화스와프가 재개될지 여부다. 지난해 2월 마지막 남은 100억달러의 스와프가 만기 종료되며 소멸된 상태다. 당시는 “만기 연장을 먼저 제안하는 쪽이 지는 것”이라는 자존심 싸움 끝에 종료됐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한때 달러당 120엔에 달했던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 초반까지 떨어지고(엔화 강세) 정책적 노력과 달리 저물가가 계속되며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한국과의 통화스와프는 국제공조체계를 공고히 한다는 신호를 줘 시장에 긍정적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달러를 찍어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일본과의 계약은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정부 안팎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된다. 가와이 마사히로 일본 도쿄대 교수는 지난 26일 기재부·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한일 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있으면 환투기세력을 막을 수 있다”며 “양국 스와프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규 신임 주일대사도 2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위기는 언제 누구에게 찾아올지 모른다”며 “한일 통화스와프는 위기 대응으로 상호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어 결단만 내리면 기술적 어려움 없이 바로 계약할 수 있다. 이 밖에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 등도 논의될 수 있다.
당초 기재부는 올해 5월 회담을 추진했다. 하지만 일본이 자국에서 개최하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5월26~27일), 7월 참의원(상원) 선거 등 정치 일정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한일 재무장관회담은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전격 독도 방문, 같은 해 12월 아베 신조 총리의 취임 후 양국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며 중단됐다가 지난해 5월 최경환 전 부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가 만나며 2년 반 만에 재개된 바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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