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량은 4,321대로 브랜드 판매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올해 6월 판매량은 1,834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발생한 디젤 게이트를 비롯해 국내에서 환경부와 검찰의 배기가스 조작 조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다. 이달 환경부의 인증 취소 등으로 폭스바겐의 차량이 판매 중지에 들어가면서 전년 대비 절반 이하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의 대형 딜러사인 클라쎄오토가 판매권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최근 폭스바겐 코리아의 각종 부정행위가 배경이 됐다. 인증 서류 조작으로 브랜드 가치가 나빠지고 판매 중지까지 겹치면서 향후 상황을 예상하기 어려운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판매권은 지역을 기준으로 나눠주고 추가로 배분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가 잘 되는 브랜드의 판매권을 딜러사가 먼저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파격적인 할인에 폭스바겐의 SUV 티구안과 골프 등은 모델 별 판매 순위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정부가 폭스바겐의 기만적 태도를 밝혀내면서 일부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폭스바겐을 구입하지 말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시세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SK엔카에 따르면 최근 6개월여간 폭스바겐 중고차 가격은 12% 가량 떨어져 같은 기간 BMW와 벤츠 중고차가 6~7% 시세 하락률을 보인 것과 비교할 때 두 배나 큰 수치를 보였다.
수입차 딜러사는 전시장과 서비스센터 등을 자비로 투자한다. 토지 구입부터 각종 시설 설치에 수십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 차량 판매가 잘되면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번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처럼 판매가 급감하거나 기약 없이 차량 판매가 중단되면 당장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특히 판매대수를 최우선시 여기는 일부 독일 브랜드는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사에 각종 할인 프로모션 비용까지 부담시켜 어려움이 크다. 판매대수를 채우지 못하면 인기 차종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영업이익은 472억원지만 폭스바겐을 판매하는 대형 딜러사 클라쎄오토는 영업이익이 2억원에 불과했다. 마이스터 모터스는 20분의 1 수준인 28억원에 머물렀다.
향후 폭스바겐 딜러사의 연쇄 이탈도 우려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딜러권을 인수에 나설 업체가 없다는 점이다. 사태가 악화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서 철수할 경우 딜러사들은 서비스센터와 전시장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코리아가 얼마나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판매 재개에 나설 수 있는지가 국내 철수설을 잠재우고 딜러 이탈을 막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폭스바겐 측 관계자는 “클라쎄오토가 판매권 매각을 추진한 것은 맞지만 인수 논의가 무산된 이후에는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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