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에서 양적 완화로 인한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해를 거듭할 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수지난해 출 물량이 감소세로 돌아선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의 대(對) 중국 수출 물량은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8일 발표한 ‘한일 제조업의 대중국 수출단가 및 수출물량 변동’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2,498개 품목 중 일본의 대중국 수출단가가 한국보다 높은 품목수가 2011년 1,778개에서 지난해 1,540개로 238개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같은 기간 일본 제품보다 더 비싼 우리나라 제품은 313개에서 459개로 146개가 줄어들었다.
특히 공급과잉이 심한 석유·화학과 금속·비금속 산업의 품목수 변동이 가장 컸다. 석유화학 품목의 경우 일본의 수출단가 더 높았던 품목의 수가 2011년 322개에서 2014년 282개로 40개가 줄었다. 반면 한국이 높은 품목의 수는 94개에서 116개로 늘었다. 금속 비금속은 257개에서 210개로 47개가 감소했다. 기계업종에서도 품목수가 304개에서 267개로 37개 품목이 줄었다.
이렇다 보니 수출 단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물량은 감소했다. 한국 제조업의 대중국 수출단가 증가율은 2013년 4.9%에서 지난해 1.8%로 하락했다. 반면 수출물량 증가율은 2013년 3.8%에서 2014년 -0.3%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일본의 경우 대중국 수출단가 증가율이 같은 기간 -3.1%에서 -0.8%로 되레 높아졌음에도 수출물량 증가율은 1.4%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의 입지가 위협받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수출가격 변화에 민감한 산업들과 환리스크에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무역보험, 유동성 지원, 외환 리스크 관리 등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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