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현대상선에 따르면 2일 현대상선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개최한다. 이번 이사회에서 관심이 쏠렸던 현대그룹 품을 벗어난 새 현대상선을 이끌 최고경영자(CEO) 인선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과 현대상선 관계자는 “내일 첫 이사회에서 새 CEO를 선임하지는 않고 경영과 관련된 실무적인 사안들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은 이달 5일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위한 신주상장이 완료되면 공식적으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 산하로 편입된다. 채권단은 지난 3월 현대상선의 채무상환을 3개월 유예하는 대신 △용선료 인하 협상 성공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 등 세 가지를 완료해야 하는 조건부 자율협약을 내걸었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가입을 완료하면서 모든 조건을 완수하며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분 13.68%로 최대주주가 된다. 산업은행은 경영 악화로 현대상선을 부실로 내몬 책임을 물어 현 경영진의 사퇴를 받고 새 경영진을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은 출자전환을 앞둔 지난달 중순부터 새 현대상선을 이끌 신임 CEO를 물색했다. 한진해운 출신 전직 임원 가운데서 하마평이 나오는가 하면 해외 선사 출신 외국인 CEO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헤드헌팅업체 3곳과 작업 중인데 아직 각각의 후보군도 추리지 못했다”면서 “어렵게 회생의 기회를 잡은 만큼 새 CEO는 어느 누가 들어도 납득갈 만한 경영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모두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후보군을 좁히지 못하는 데는 수조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회생은커녕 부실경영과 분식회계로 수사를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이 보낸 낙하산과 내부 승진한 남상태 전 사장 등이 온갖 부정을 저질러 대우조선해양을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자칫 정부나 채권단이 추천한 인사가 경영을 제대로 못 하면 향후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채권단은 새 CEO 후보군에 다른 업종에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선보이고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물까지 살펴보는 중이다. 단순 운송뿐만 아니라 영업과 터미널 관리, 선박 금융 등 복합적인 글로벌 업무를 소화할 사람이 와야 자율협약에 돌입한 현대상선을 제 궤도에 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종=구경우기자 조민규·이종혁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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