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기술경쟁력은 되레 뒷걸음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출원 건수나 논문 게재 수 등 양적 지표가 늘고 있지만 세계 최고 기술 보유 수는 ‘0건’이었다.
2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R&D 투자의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세계 7위까지 올라섰던 우리나라의 기술수용 경쟁력 순위는 지난해 27위까지 떨어졌다. 혁신 경쟁력도 같은 기간 순위가 8위에서 19위까지 내려앉았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기술 의존도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이해 노동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자본축적을 통한 성장도 한계점에 도달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우리 경제의 유일한 성장 방정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R&D에 세계 최고수준의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R&D 투입 금액은 63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3%에 달한다. 이는 미국(2.7%), 중국(2.0%), 일본(3.6%) 등 주요 경쟁국과 비교해도 높다.
특히 기초연구비 투자 비중은 2013년 기준 10조7,000억원(18.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성과 측면에서 보면 논문 발표와 특허 출원 등 기초 성과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허협력조약(PCT) 특허 출원 건수도 2014년 기준 1만3,117건으로 세계 PCT 출원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였다. 2005년 4,689건, 비중 3.4%에 비하면 양적 지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논문 발표는 2005년 2만6,446편에서 2013년 5만1,051편으로 연평균 8.6%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별 최고기술 보유 현황(10대 분야 120개 전략기술)에서는 2014년 기준으로 미국은 97개, EU는 13개, 일본은 9개, 중국은 1개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전혀 없다. 기술 무역에서는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기술무역적자는 51억9,000만 달러다. 기술도입액 대비 기술수출액 비율인 기술무역수지 비율은 0.57배로 OECD 31개국 중 28위다. 반면 일본의 기술무역수지 비율은 5.88배로 OECD 1위이다.
우리나라의 R&D는 재원 투입보다 성과가 미흡한 상황이라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안중기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기 위해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 확대를 지속하고, 개방형 R&D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차별화된 성과 제고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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