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가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위험자산의 가치 상승 흐름은 경기회복 기대와 유동성이 맞물린 결과다. 2011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한 주요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연초부터 하락을 멈추고 반등에 성공했다. 저점을 탈출하고 있는 생산자 물가 흐름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맞물려 물가상승(리플레이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근거한 유동성의 힘이 자산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모양새다.
여러 긍정적인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추세적인 위험자산 가치 상승이 시작됐다고 확신하기는 아직 어렵다. 유동성이 주식이 아니라 채권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물가상승에 베팅하는 것이라면 경기에 민감한 주식으로 자금이 모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채권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을 견인한 것은 일본과 유럽에서 추진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다. 일본과 유럽의 추가적인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실망스러운 통화 정책은 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채권 가격에 거품이 꼈다는 논란이 불거진 만큼 지난해 4월 독일 국채 가격 급락과 같은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 거품 논란이 확대되어도 주식이 대안 투자 자산으로 떠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가도 이미 오를 만큼 오른 탓이다.
일본은행의 추가 통화 완화 정책의 주요 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 및 달러 자금 지원 확대다.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정책 발표로 인한 부작용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다. 기준금리와 국채 매입 규모가 함께 동결되면서 일본은행의 통화 완화 연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두 번째로 일본 국민의 해외투자 확대 속도를 약화해 전 세계 유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주요국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낮아지며 위험자산(주식·채권) 동반 상승 랠리가 멈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모두 고려하면 채권 가격 고평가 논란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제2의 ‘분트 탠트럼(Bund Tantrum·독일 국채 금리 급등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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