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연출자의 접근법, 영화 영상 제작자의 연출법,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논리…그 누구도 선뜻 해답을 내놓을 수 없었죠.”
세계적 인기 게임이자 1,800만 부 이상 판매된 만화 ‘메이플스토리’를 홀로그램 뮤지컬로 만든 신종현 감독은 “참고할만한 선례가 없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유명 지적재산권(IP)에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입힌 작품도 처음인데다, 연극·영화·애니메이션 적인 요소를 모두 담고 있기에 배우·스텝들의 이견도 컸다.
작품이 KT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공동 진행 사업으로 공모가 나간 후 상영까지 걸린 시간은 만 9개월. 작품 선정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부터 끊임없이 시나리오를 수정됐고, 사업 일정이 밀리면서 촬영 전 배우가 교체되기도 했다. 첨단기술 속에서 아날로그 감동을 선사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도 장고를 거듭했다.
신 감독의 고민은 곳곳에서 엿보인다. 우선 각 장면에 등장하는 배경을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닌 페이퍼아트로 구현했다. 100% 종이만을 사용해 홀로그램에서도 ‘손 맛’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60분 분량의 작품에 등장하는 무대는 총 7세트. 이를 만들기 위해 7명이 달라붙어 3달 이상을 빠듯하게 작업했다. 설계, 레이저 커팅 등 고난이도 기법들이 요구됐고 느낌을 살리기 위해 종이의 재질도 각각 다르게 사용했다. 신 감독은 “CG로도 충분히 페이퍼아트 효과를 줄 수 있지만 관객이 받는 느낌은 분명히 다르다”며 “종이로 만들면 약간의 흠이 있어도 오히려 더 진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디테일에도 특히 신경을 썼다. 관중석에서 감상할 땐 잘 보이지 않지만, 배우들의 분장을 자세히 보면 미세한 부분도 원작 캐릭터와 동일하게 표현했다. 주인공 도도의 오른쪽 뺨에 난 상처나 슈미의 머리 스타일 등이 대표적이다. 신 감독은 “잘 안 보이는 부분이라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어린 팬들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정말 자세히 관찰한다”며 “원작 만화에서도 실수로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 인쇄된 적이 있었는데 팬들은 그런 미세한 부분도 잡아냈다”고 말했다.
작품에 대한 그의 기대는 소박하다. 10년 이상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IP인 만큼 두터운 팬층을 실망 시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관람객들이)낯선 기술·환경에서 뮤지컬을 보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IP를 접목해 작품을 기획했다”며 “팬들이 원작의 캐릭터들을 이번 뮤지컬에서 더 친근하게 느끼며 배우와 함께 호흡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최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 작품이 미래형 홀로그램 기술로 나아가는 과정의 한 역사로 남았으면한다”고 덧붙였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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