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차익만 노리고 상장 첫날 대거 보유물량을 쏟아내는 현행 공모주 시장은 분명 비정상적입니다. 반드시 선의의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모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은태(57·사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부이사장)은 4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기 시세차익을 쫓아 상장 첫날 공모주로 배정받은 물량을 모두 쏟아낸 뒤 형성된 주가가 과연 공정한 가격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투자자를 보호하고 신규상장기업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 등과 함께 공모제도 개선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모가 부풀리기에 악용되고 있는 현행 수요예측제도는 개선이 시급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일부 기관투자가의 경우 기관 수요예측에 참여해 공모가와 경쟁률을 높인 뒤 상장 첫날 시초가가 높게 형성되면 보유물량을 모두 매도해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의 자격조건을 보다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3·4분기 중 상장·공모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부이사장은 최근 허위공시 파문을 일으킨 중국원양자원 사태와 관련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4월 홍콩업체로부터 소송과 계열사 지분 가압류를 당했다고 공시했다가 뒤늦게 허위로 드러나면서 지난달 27일 불성실공시법인 및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를 계기로 2011년 1,000억원대의 대규모 분식회계로 국내 증시에서 퇴출된 중국 ‘고섬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는 “상장사들의 공시 증빙 자료를 보다 꼼꼼히 검증하는 것은 물론 허위공시 논란이 있는 해외 국적기업의 경우 현지 본사를 직접 찾아가서라도 투자자들의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도록 하겠다”며 “아울러 빠른 시일 내에 한국과 중국 검찰 당국에 문서 위조관련 행위 당사자 등을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우량기업을 발굴해 국내 증시로의 상장을 이끌어내는 것도 이 부이사장의 숙제다. 그는 “내년 상장 예정인 이탈리아의 화장품업체 인터코스가 한국행을 택한 것처럼 유럽과 미국의 화장품·면세점·미디어 업종은 한국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 해외 선진국의 우량기업들을 국내 증시에 상장 유치하는 데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상 초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부동자금을 증시로 유입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양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금융상품 개발을 꼽았다. 그는 “개인들이 여전히 주식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금손실 우려 때문”이라며 “안정성과 수익성을 두루 갖춘 기존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외에도 다양한 중위험·중수익 구조의 금융투자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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