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삼성그룹의 2인자였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장남인 이상훈(45·사진)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퀴티(PE) 대표가 세계 5대 사모펀드(PEF)로 꼽히는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한국 대표로 내정됐다. 이상훈 대표는 고려대를 졸업한 후 BOA메릴린치를 거쳐 PEF업계에 발을 디뎠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상훈 대표는 8년 만에 다시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TPG의 서울사무소 대표로 낙점됐다. 이상훈 대표는 지난 2011년부터 모건스탠리PE를 이끌며 외식브랜드 ‘놀부’의 놀부NBG를 비롯, 현대로템·이노션 등에 투자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미국에서 진행된 TPG의 최종 면접에는 국내 IB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인물들이 3명 참여했으나 5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모건스탠리PE를 이끈 이상훈 대표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TPG는 칼라일·아폴로·KKR·블랙스톤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선망받는 PEF로 분류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에 제일은행을 사들여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에 매각해 1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뉴브릿지캐피탈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2008년에 사무소를 폐쇄했으나 2014년에 골드만삭스 출신의 이승준 한국 대표를 영입한 뒤 KT렌탈(현 롯데렌터카) 매각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TPG가 국내 유통·소비재산업에 투자기회가 많은 것으로 판단해 이승준 대표 외에 총괄 임원을 영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TPG는 올해 하반기 중 이상훈 대표의 인선을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투자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회장의 두 아들은 국내 PEF업계의 대표적인 금수저로 꼽힌다. 이상훈 대표뿐만 아니라 차남인 이상호 글랜우드PE 대표 역시 IB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글랜우드PE는 NH PE와 함께 최근 동양매직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2014년 2,800억원에 사들인 동양매직의 매각가격을 2년 만에 5,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글랜우드PE는 올해 3월 라파즈한라시멘트를 5,60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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