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직접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탄탄한 조직과 자금력을 갖춘 증권사가 직접 헤지펀드를 굴리게 되면서 사모펀드 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NH투자증권 이 증권사 중 처음으로 헤지펀드 운용업 등록 절차를 마쳤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은 이달 말 3,000억원 규모의 헤지펀드를 조성해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서 2,000억원은 NH투자증권 의 자기자본으로 채울 계획이며 나머지 1,000억원은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이미 2014년부터 헤지펀드 운용업 진출을 준비한 NH투자증권 은 지난 6월 30여명이 속한 헤지펀드본부를 김원규 대표 직속으로 편제하면서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NH투자증권 은 헤지펀드 특유의 롱쇼트전략(주가 상승 예상 종목 매수·하락 예상 종목 공매도) 외에도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를 통해 첫 상품이 10~15%의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모든 금융자산(부동산·인프라 포함)이 투자 대상이다. 하나의 헤지펀드에 49인 이하만 가입할 수 있으며 최소 투자금액은 1억원이다.
금융위는 지난 5월 정보교류 차단장치(차이니스 월)를 갖춘 증권사에 한해 헤지펀드 운용을 허용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증권사는 이해 상충 문제로 헤지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것이 제한됐다.
아울러 올해 말에는 일반투자자가 소액으로 헤지펀드에 투자할 길이 열리는 만큼 현재 4조원 규모인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가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 재간접펀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에 직접 돈을 넣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펀드를 만들어 간접적으로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최소 투자금액은 500만원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NH투자증권 외에도 토러스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금융당국에 헤지펀드 운용사 등록 신청을 한 상태다. 이르면 이달 중 등록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한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앞으로 헤지펀드 시장에 증권사의 진입이 더 확대돼 사모펀드 산업의 경쟁과 혁신이 지속해서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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