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자라 등 해외 유명 SPA 브랜드에 밀려 1년여간 주가가 폭락한 국내 의류 업체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교복·화장품·스포츠의류 등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사업으로 시장을 확장해 수익성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저평가된 의류 업체 가운데도 신사업으로 시장을 다각화하는 업체에 대해 차별화된 접근을 권하고 있다.
5일 주요 증권사와 의류업계에 따르면 의류업체들이 해외 먹거리 사냥으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저가 SPA 브랜드가 세계적 추세인 만큼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업체가 생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형지엘리트(093240)는 지난 2월 6조원 규모의 중국 교복시장에 진출, 패션업계에서 드물게 올해 들어 주가가 3배 가까이 뛰었다. 형지엘리트의 주가는 7월4일 장중 1만3,500원으로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후 조정을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신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엠케이트렌드(069640)는 NBA 브랜드 라이선스 업체로 중국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며 의류업체들의 주가 약세에도 오히려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NBA 브랜드가 출시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고 최근에는 세계적인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한세실업(105630)에 인수되며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의류사업 외에 새로운 시장으로 뛰어들어 장기 성장이 예상된다. 영원무역(111770)은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SCOTT를 인수해 해당 사업부의 실적이 올해부터 반영될 예정이며 브라질 올림픽 개막, 폐막식 단복을 제작한 삼성물산(028260)과 함께 기타 유니폼·가방 등 장비 대부분을 지원해 수혜도 예상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올해 초 화장품 제조·도소매 업체 비디비치코스메틱을 흡수합병해 내년부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의류업체들은 최근 증시에서 저평가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3일 섬유의복업종지수는 310.65로 52주 최저치를 경신했다. 464.67로 52주 신고가를 달성한 지난해 8월13일에 비해 33% 하락했다. 개별종목의 성적도 아직 까지는 고전 중이다. ‘닥스’ 브랜드로 대표되는 LF(093050)의 주가는 5일 2만1,800원을 기록, 고점이었던 지난해 8월에 비해 38% 떨어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 초 10만원대였던 주가가 6만원대로 반토막이 났다. 업종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한세실업도 지난해 10월에 비해 주가가 55%나 감소했다.
2010년까지 매해 5% 안팎으로 매출이 성장한 의류시장은 국내 경기침체로 인한 내수위축과 글로벌 SPA 브랜드 성장으로 2011년부터 성장률이 2%대로 하락했다. 성장이 멈추자 개별 기업의 실적도 부진해졌다. LF·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1·4분기에 이어 2·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재 업종은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기저효과가 기대되지만 증권사들은 대다수 의류업체의 실적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신시장 전망에 따른 실적호전 예상 종목에 대해 증권사들은 조심스러운 매수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영원무역의 경우 자전거 등 신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영업이익이 지난해 1,970억원에서 올해 2,240억원으로 13.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세실업은 엠케이트렌드 인수 이후 MLB 브랜드의 실적증가 효과를 받아들이며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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