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000만인 한국의 해외여행객 수가 인구 1억 3,000만명의 일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후진적이면서도 가격은 높은 국내 관광 인프라 탓으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 10명 중 4명 해외여행...일본은 1명 그쳐=5일 한국관광공사, 통계청, 일본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해외여행객은 1,931만명으로 전년 보다 20.1%나 급증했다. 반면 일본은 4.1% 감소한 1,621만명에 그쳤다. 절대 인구 수가 많으면 해외여행객도 비례해서 많은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인구가 약 5,022만명(2013년 기준)인 한국인의 해외여행객은 인구 1억 2,730만명의 일본보다 310만명(약 20%)이나 많았다. 한국의 해외여행객 수가 일본을 앞지른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체 인구수에 대비한 해외여행객 비율은 한국이 38.5%에 달한 반면 일본은 12.7%에 불과했다. 한국인은 지난해 10명 중 4명이 해외여행을 떠난 반면 일본은 1명만 해외여행을 갔다는 의미다. 올해도 비슷하다. 올해 5월까지 한국은 885만 2,000명으로 일본(663만 3,000명)을 221만 9,000명(33.5%) 앞섰다. 우리나라 통계는 상반기까지 집계됐는데, 1,063만명이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가격 대비 후진적인 관광 인프라가 주원인=한국인들이 유독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격대비 후진적인 관광 인프라가 꼽힌다. 성수기 호텔, 펜션의 하루 숙박료는 50만원을 훌쩍 넘고 그렇다고 특별한 감흥을 주는 것도 아니라는 게 국민 대다수의 공통된 정서다. 다음 주 베트남 다낭으로 여름 휴가를 떠나는 30대 직장인 A씨는 “휴가철 국내 휴가지의 바가지 요금을 더 이상 신경쓰기 싫고 숙박료도 비싸다”며 “국내여행 비용과 해외여행 경비를 비교한 결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해외여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소득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재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달러 후반대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대에 맴돌 때는 국내여행 등에 만족했지만 2만달러대 후반으로 성숙해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도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돌파한 1980년대 후반부터 해외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일본 1인당 GNI는 1988년 2만 4,000달러를 기록한 후 1989년 2만 6,000달러, 1990년 2만 7,000달러를 나타냈다. 이 기간 중 해외여행객 증감률은 △1987년 24% △1988년 23% △1989년 15% △1990년 14%등으로 급증했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정서상 마음대로 골프를 치기가 껄끄러워 해외로 나가는 사람이 꽤 많다”며 “부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마음대로 쓰기 어려운 문화도 해외여행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외여행객, 1인당 125만원 쓰고 돌아와, 60%가 카드 결제=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며 해외에서 쓰는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으로 우리 국민이 쓴 돈은 212억 7,000만달러로 사상 처음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평균 환율로 계산하면 24조 674억원이다. 이를 지난해 해외여행객 1931만명으로 나누면 124만 6,000원으로, 해외여행객 1인당 약 125만원을 쓰고 돌아왔다는 의미다. 올해도 6월까지 107억 6,000만달러(12조 7,175억원)을 썼다. 1인당 119만 6,000원을 소비했다.
해외여행객은 여행 경비의 절반 이상인 60%를 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거주자의 카드 해외사용실적을 보면 132억 6,000만달러로 해외 소비액(212억 7,000만달러)의 62.3%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신용카드가 94억 6,800만달러로 카드사용액의 약 71%를 차지했고 체크카드가 24%, 직불카드가 5%였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