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제도는 지난 2003년 금융 서비스 개선,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진, 보험 및 금융 부문의 경쟁력 강화 등을 목표로 도입됐다. 도입 이후 방카슈랑스는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금융산업 발전에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카슈랑스 도입으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료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으며 판매채널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도 확대됐다. 보험업계의 자산규모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4배 이상 커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방카슈랑스 규제 수준은 세계적 흐름과 달리 온갖 규제에 얽매인 채 과거에 멈춰 있다. 당초 시행계획상 2008년 4월부터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가 허용될 예정이었지만 보험설계사 측에서 생존권 문제를 들어 반발하며 연기된 후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설계사 측의 주장과 달리 2003년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후 설계사 수는 오히려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금융환경은 핀테크가 활성화되고 대면거래 중심에서 비대면거래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상품을 온라인·텔레마케팅 등으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시대임에도 은행은 점포 방문고객을 대상으로만 방카슈랑스 판매가 가능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불특정 다수 대상 모집만 가능하다.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은 방카슈랑스로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제해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
점포별 방카슈랑스 판매인원도 2명으로 제한돼 있고 이 판매인원은 대출업무를 취급할 수 없어 고객의 대기시간이 늘고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곤란하게 해 소비자의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 특정 보험사 상품이 은행에서 모집하는 보험상품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소위 ‘25%룰’은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보험상품으로 경쟁하는 중소형 보험사의 성장기회를 빼앗고 금융산업의 자율경쟁을 제약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 시대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아직 대면영업이 중심이던 시절에 만들어진 규제에 머물러 있다. 금융소비자 편익 제고와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방카슈랑스 규제 손질이 절실하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