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저 0.5% 수준에 불과한데 주택 구입 수요는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중순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 긴자 거리. 미쓰비시도쿄UFJ은행·미즈호은행 등 일본 대형은행 지점들이 밀집된 일본의 중심부는 관광객들만 득실거릴 뿐 은행 창구는 한산하기만 했다.
올해 들어 일본중앙은행(BOJ)이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돈을 풀었지만 은행 대출시장은 되려 위축된 모습이다. 실제 주담대 금리가 사실상 0% 수준에 가까워졌는데도 일본에서는 은행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수요를 찾기 힘들다.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도 국내 은행들의 주담대 증가세가 여전히 가파른 것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오히려 화제가 된 것은 일본 내 ‘개인금고’ 열풍. 한마디로 예금도 하지 않고 돈을 집에 쌓아둔다는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의 도쿄지점장은 “은행에 예금으로 맡기면 수수료 등으로 오히려 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99년 전 세계 최초로 제로금리를 도입한 후 올 들어 마이너스 금리 시대까지 도래한 일본 금융시장은 과연 이런 환경에서 금융사가 생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주는 곳이다. 도쿄 보스턴컨설팅그룹의 기타다 요이치 파트너는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 금융시장의 패러다임을 또 한번 바꾸고 있다”며 “저금리 시대가 본격 도래한 한국 금융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기업대출 역시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절반이 넘는 일본 기업들이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은행이 새로운 대출처를 발굴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 같은 처절한 금융환경에서도 일본 은행들의 대외적인 지표는 뚜렷이 성장하고 있다. 올해 마이너스 금리의 역풍을 맞으며 수익성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일본 은행의 당기순이익 추이는 국내 은행의 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미즈호은행·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3대 메가뱅크가 이끄는 일본 금융시장이 살아남는 비결은 수수료 기반 확대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진출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창간기획 ‘리빌딩 파이낸스 2016-초저금리 시대 금융산업의 길’을 통해 일본 금융사들의 생존 노력을 조망하고 국내 금융사들의 초저금리 시대 대비 상황을 짚어본다. /도쿄=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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