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 시장에 난데없는 ‘유령 판매’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지난 9일 영국 수입차인 재규어 20대를 ‘티몬’이 온라인상에서 파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차량 공급에 대한 확약도 없이 판매에 나섰다는 것이 골자인데 딜러 측은 “티몬이 판매할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반면 판매 주체인 티몬과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SK엔카직영은 “딜러도 모두 아는 상태에서 차를 팔았다”며 맞서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대형 로펌에 사건을 의뢰하는 등 티몬을 향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갈등이 일파만파 번지는 상황이다.
이번 분쟁은 단순히 유령 판매 논란을 넘어 딜러망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국내 자동차 시장에 온라인 판매가 정착되고 여기에서 ‘가격 거품’을 뺄 수 있느냐는 문제와도 연결돼 최종 결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분쟁의 핵심 당사자이자 재규어의 딜러사 가운데 하나인 아주네트웍스는 이날 오전 “티몬이 판매한 ‘재규어 XE’ 20대를 공급하기로 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주네트웍스는 최근 SK엔카직영 법인영업팀에서 재규어 XE 공급 가능 대수에 대한 문의를 받았고 이에 20대가량을 팔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아주 측은 “SK엔카직영에 재규어 XE 20여대 공급에 대한 구두계약만 맺고 임직원 할인을 적용한 가격 견적을 구두로 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서로 된 계약서도 만들지 않는 등 확실하게 차량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티몬이 ‘유령차’를 완판했다고 밝힌 셈이다. “차량 구매자가 재규어를 실제 인도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SK엔카직영과 티몬 측은 “아주 측이 티몬 판매를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책임을 모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SK엔카직영 측은 “올 초부터 티몬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티몬이 신차도 판매하고 싶어 해서 다리 역할을 해준 것”이라며 “우리가 티몬에 차를 판매하는 것을 아주가 몰랐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티몬 측도 공식 자료를 통해 “SK엔카직영이 계약 과정에서 아주는 물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협의했다고 밝혔고 계약서에 판매와 관련한 모든 책임을 SK엔카직영이 지겠다는 내용을 넣었다”며 “수입차 판매 프로모션이 모든 법률적 검토를 끝내고 진행된 만큼 딜러사와 사전협의 없이 진행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차량 신청고객에게는 차질 없이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몬은 지난 2일 SK엔카직영와 계약을 체결하고 9일 국내 전자상거래업체로는 최초로 결제까지 진행하는 수입차 판매를 진행했다. 재규어 XE 포트폴리오 등급(5,510만원)과 R-Sport 모델(5,400만원) 20대를 정상가보다 700만원 싼 4,810만원, 4,700만원에 각각 판매했다. 3시간 만에 27명이 구매 확정 의사를 전달, 거래를 종료할 정도로 반응도 뜨거웠다. 그동안 오픈마켓, 홈쇼핑업체들이 수입차 구매 신청·상담 등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직접 판매까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재규어 측은 공인되지 않은 채널을 통한 판매 행위에 즉각 반발했고 현재 김앤장에 사건을 의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수입차 온라인 판매에 대한 갈등 전례가 없어 책임과 소송의 화살이 아주네트웍스와 SK엔카직영·티몬 가운데 어디로 향할지 관심을 쏟고 있다.
/윤경환·박재원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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