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3개월여 만에 1,100원선을 밑돌자 수출 중소기업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연초에 환율계획을 세울 때 달러당 1,100원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곳이 많아 원화가치가 추가로 상승할 때는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제지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제품의 40% 이상을 수출하고 있는데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에는 경영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컨틴전시 플랜을 세우고 있다”며 “제품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환율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헤징 수단이 마땅찮은 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대기업에 비해 환율 변화가 제품가격에 반영되는 비중이 높아 원화 강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효자 아이템인 한류 제품의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유럽 등에 한류 의류제품을 수출하는 한 쇼핑몰 업체의 경우 마진율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원화 강세로 같은 물량을 팔아도 마진이 크게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당장 가격을 올리려고 해도 소비자들의 저항이 커 관망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제품도 엔화 강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 속도가 워낙 빠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국가로 자금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기업들이 당장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것”이라며 “환율 조작국 문제로 정부가 시장개입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간접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광우·백주연기자 press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