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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기요금 누진제 7~9월 한시완화] 연말정산 파동 데자뷔에… 당정 '누진 폭탄' 수술 나서

내달 25일 전후 고지서 뿌려지면 국민분도 폭발

새누리 "늦었지만 빨리 불 끄고 가는 게 낫다"

10일 서울 명동에서 중구청 및 한국에너지공단 직원들이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틀어놓은 상점에 대해 주의조치를 내리고 있다. 정부는 11일부터 문을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한다. /송은석기자




정부와 여당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수술한다. 자칫 실기를 하면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과 같은 상황이 다시 연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늦었지만 빨리 불을 끄고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정부가 실기한 측면은 있지만 매를 맞더라도 대책을 내놓는 게 집권여당의 자세”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10일 저녁에 정부 실무자들을 긴급하게 불러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방안을 논의한 이유다.

실제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가 불러온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제2의 연말정산 악몽’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정부가 브리핑을 통해 “누진제 개편은 부자 감세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재차 표명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기에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누진제 개편과 관련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대(對)정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1년 7개월 전인 2015년 1월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했던 연말정산 파동의 데자뷔다.

당시 인터넷 댓글은 정부를 성토하는 내용으로 가득 찼다. ‘13월의 보너스’였던 연말정산이 ‘13월의 폭탄’으로 돌아오게 생겼다는 아우성이었다. 곧장 야당은 정부가 ‘꼼수 증세’를 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와 경제팀 경질 등을 요구했다. 결국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보완 대책을 약속했고 5,500만원 이하 소득자 541만명에게 총 4,227억원, 1인당 평균 8만원을 환급해줬다.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연말정산 파동 이후 530만명(전체 근로자의 32.4%) 수준이던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은 802만명으로 전체의 절반(48.1%)까지 늘어났다.

이번 전기요금 파동도 자칫하면 당시와 비슷한 흐름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당장 다음달 25일 전후로 전기료 고지서가 각 가정에 뿌려지면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정부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한 상황에서 어떤 조처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하지만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오게 되면 국민 여론이 들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연말정산 파동은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당장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여권에서 아우성인데 버틸 재간이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연말정산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기재부 세제정책을 담당하는 1차관은 현재 에너지 업무를 총괄하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한데다 여야 모두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도 그때와 닮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료는 세금과는 달리 자신이 구매한 서비스에 대해 요금을 내는 것”이라며 “정부는 저소득층에 가격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누진제를 고수하고 있는데 누진제와 같은 징벌적 요금제가 아니라 본인이 사용한 전력 양만큼 요금을 부담하고 저소득층에는 쿠폰이나 환급을 제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여론의 흐름이 워낙 좋지 않자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야가 현행 전기요금 체계 개선 필요성의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누진제의 전면 개편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더욱이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강력히 주장해온 야권에 이어 여당인 새누리당도 이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해 이르면 이번주 안에 입법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의 새 수장이 된 이정현 대표는 이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가 전기요금제도 개편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조만간 그와 관련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눠볼 예정”이라며 “다수의 서민이 이 찜통더위에 어렵다고 한다면 그 내용을 조율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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