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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신성록 "행복 에너지 가득한 작품...편하게 춤출 수 있어 좋아요"

2시간동안 무대 이끌어가는

2인극이 주는 에너지 매력

색깔있는 연기 계속 보여줄것





“괴롭지 않은, 편하게 춤출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 같아요.” 짧지만 많은 것이 담긴 만족의 표현이었다. 10년 넘게 다수의 연극·뮤지컬에 참여했기에 ‘즐겁게 놀 수 있는 무대’가 얼마나 축복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9일 대학로에서 만난 배우 신성록(사진)은 본인이 출연 중인 2인 극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에 대해 “배우가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되는, 작지만 에너지 넘치는 작품”이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미국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키다리 아저씨는 고아원 출신의 소녀 제루샤 에봇이 익명의 후원자(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신성록은 제루샤와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키다리 아저씨 ‘제르비스’ 역을 맡았다.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부담이 큰 작품이었다. 등·퇴장 없이 2시간을 끌어가야 하는 2인 극의 주인공인데다 대사는 “대본을 몇 번이나 집어던질 만큼” 방대했다. “제루샤가 쓴 편지를 두 배우가 각기 다른 공간에서 번갈아가며 읽는 설정이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2시간 동안 둘 사이의 끈이 이어져야 했기에 관객이 더 편지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해야 했죠.” 처음부터 편지에 빠져들기보다는 서서히 동화되어 가는 인물로 제르비스 캐릭터의 방향을 잡은 이유다.

한동안 대극장 뮤지컬 위주로 활동해 왔기에 신성록의 대학로 공연은 화제를 모았다. “선택지 중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이 키다리 아저씨였다”는 그는 “극한의 감정을 선호하는 관객도 많지만, 소소한 것에서 삶의 행복,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이 작품만의 정서가 좋았다”며 “하고 싶은 작품을 해야 칭찬을 받든 욕을 먹든 찝찝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웃어 보였다. 2인 극이 주는 에너지 넘치는 무대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신성록은 “단둘이 극을 끌어가야 해 무대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에너지의 크기와 깊이가 엄청나다”며 “배우로서 꼭 해봐야 할 경험이 2인 극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선 모처럼 ‘밝은 신성록’을 만날 수 있다. 그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죽음’, 마타하리의 ‘라두 대령’, 태양왕의 ‘루이14세’ 등 한동안 무대에서 어둡고 근엄한 배역을 맡아왔다. “군 제대 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맡은 사이코패스 역이 주목받으며 어두운 캐릭터로 많이 부각됐어요. 그간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도 하고 재밌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말이죠.(웃음)” 신성록은 평소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의 성격보다는 ‘나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느냐’를 철저하게 고민한다. ‘나만의 무기가 없다면 누구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게 10년 넘게 연기하며 얻은 교훈이다. 그는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색다른 연기를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군대에 가기 전 주연급으로 많은 작품을 했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어느덧 연기 인생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2003년 연기자로 발을 내디딘 뒤 닥치는 대로 이 배역 저 배역을 맡았다. ‘연기 못한다’는 욕도 인이 박이게 들었다. 그렇게 부딪치고 깨지며 자신의 색깔을 찾았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제 제 색깔, 제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뭔지는 알 것 같아요. 갖지 못한 것에 욕심내지 않고 내가 지닌 것을 잘 발휘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부단히 애써서 무기의 급수도 올려야겠죠.”/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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