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주가가 급등했던 기업들이 유상증자 일정과 납입일 등을 지연하며 주가가 급락, 개인투자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투자회사나 기업의 실체가 모호해 유상증자를 미끼로 주가만 띄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11일 코스닥시장에서 아이이(023430)는 전 거래일 대비 4.65% 내린 903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달 잇단 호재성 공시에 한 달간 주가가 2배 이상 올랐지만 10일 예정됐던 총 938억원 규모 유상증자 3건의 납입일이 모두 연기되자 실망한 개인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졌다. 아이이는 코스닥시장에서 주가가 가장 낮은 종목 중 하나다. 에너지 기업이지만 정작 관련 사업 내용과 성과를 보여준 바가 없고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영업적자 35억원, 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주가가 낮은 이유다.
하지만 지난달 1일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거래량도 전에 비해 약 30배 증가한 8,200만건으로 늘었다. 아이이는 당시 주가 급등에 대해 “투자유치 후 해당 자금으로 홍콩 자회사를 통한 신규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을 전하면서 300원대였던 주가가 한 달여 만에 1,000원대로 올랐다. 한 달 새 세 번의 상한가를 기록하며 7월 중 11거래일은 거래량이 1억~2억건까지 폭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9일 회사 측은 세 건의 유상증자 납입일을 모두 변경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10일로 예정됐던 391억원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을 26일로, 24일이던 411억원은 9월19일로, 121억원은 9월7일에서 9월30일로 납입일을 변경했다.
아이이가 유상증자 납입일을 변경하자 개인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유상증자를 인수자금 조달이나 비상장사 우회상장 수단 등으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경영권 확보 차원에서 주가만 띄우고 유상증자 결의를 취소하는 사례도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유상증자로 변경될 최대주주인 홍콩계 투자회사 어보브조이리미티드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국적을 둔 투자회사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조세피난처에 국적을 둔 외국계 투자회사가 일부러 유상증자 납입을 미룬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홍콩 자회사가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며 “홍콩 회사는 버진아일랜드에 국적을 둔 회사가 많고 위법하게 운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에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재무상태가 불건전한 기업의 주가상승 수단이 되기도 했다. 올해 초 코스닥 시장을 뒤흔든 코데즈컴바인(047770)도 지난해 주가가 509원에 불과했지만 감자와 유상증자를 거치는 동안 주가가 폭등해 한때 시가총액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유통업체인 신후는 5월 3자 배정 유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급등했으나 최근 임원진 횡령과 유상증자를 가장납입한 혐의 등이 밝혀지며 상장폐지 몰려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활용처가 시설투자 등으로 명확할 때는 호재지만 사업 내용이 불분명하면 섣불리 투자하기보다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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