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사물은 ‘연결(connection)’된다. 이 연결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라는 마스터키다. 2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이 ‘자본’, 3차 산업혁명이 ‘정보’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소비자의 사용과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빅데이터는 특히 문화 콘텐츠 분야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 문화계 판도를 좌지우지했다. 수십억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화려한 볼거리를 만들면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 개인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시대다. ‘거대 자본을 동원한 콘텐츠=성공’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면 성공할 수 있는 진검 승부의 장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 지난해 유튜브가 선정한 10대의 우상 1~10위 명단에 연예인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모두가 1인 방송 스타였다. 1위는 ‘퓨티파이(PewDiePie)’라는 아이디를 쓰는 스웨덴의 1989년생 청년인 펠릭스 셸베리. 그는 게임 관련 방송으로 평균 시청자 수 4,000만명, 누적 조회 수 500억회를 넘겼다. 지난해 광고수입만 140억원에 이른다.
가요시장에서는 J팝과 K팝의 운명이 뒤바뀌었다. 구글 트렌드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구글에서 J팝의 검색빈도를 보여주는 지수는 2004년 100을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올해 7월에는 15까지 곤두박질쳤다. 반면 2004년 10수준에 머물렀던 K팝은 2012년에 100까지 치솟았다. 과거에는 우리보다 음반시장 규모가 100배나 큰 일본시장에 자본이 집중적으로 투입됐고 소비자도 자연스럽게 이를 따라갔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0년 이후 전세는 역전됐다. 이제는 소비자가 선택한 시장으로 자본이 따라가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개인이 문화 콘텐츠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들의 입맛을 겨냥한 맞춤식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 백악관과 의회의 권력 암투를 그린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적이다. 제작사인 넷플릭스는 소비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할지를 먼저 빅데이터로 분석했다.
1990년대에 방송된 영국 BBC의 ‘하우스 오브 카드’ 리메이크를 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시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보니 감독은 ‘파이트클럽’ ‘세븐’ 등 스릴러물의 대가 ‘데이비드 핀처’, 주연 배우는 ‘케빈 스페이시’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넷플릭스는 이 공식에 따라 드라마를 제작했고 소위 대박을 쳤다. 현재 시즌4까지 나온 드라마는 전 세계적인 흥행작이 됐다.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의 ‘리퍼블릭레코드’는 먼저 미국 내 특정 지역에서 라디오를 통해 신곡을 내보낸다. 청취자들이 음악 검색 애플리케이션인 ‘샤잠’을 통해 얼마나 검색을 하는지를 집중 모니터링한 뒤 이 노래에 집중 투자한다. 프로듀서의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소비자의 취향을 빅데이터로 파악한 뒤 투자 결정을 내려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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