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결혼을 앞둔 김미영(가명·30)씨. 그는 최근 가전 매장을 찾았다가 뜻하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어머니와 예비 남편은 그래도 오래 쓰려면 백색이 무난하다고 했지만 영 마뜩지 않았다. 그리고 고민 끝에 고집을 부려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모두 메탈·블랙 색상으로 사기로 했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때가 덜 타는 ‘블랙 가전’이 더 끌렸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가전제품은 무조건 깨끗한 흰색이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하지만 직접 보니 블랙 등 어두운 색상이 도리어 더 깔끔하고 세련되게 느껴지더라고요.”
‘백색가전’이 지고 ‘블랙 가전’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메탈·블랙 등 검은 옷을 입은 ‘블랙 가전’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외부 오염에 강하고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한 ‘블랙 캐비어’ 색상의 액티브워시와 애드워시 세탁기 신제품을 선보였다. 세련되고 우아한 프리미엄 제품에 어울리는 ‘블랙 캐비어’ 색상은 앞서 지난 3월 출시된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도 적용됐다.
백색 중심이었던 가전 시장판도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색상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변하고 있다. 백색가전은 과거 GE사가 냉장고·세탁기·에어컨·전자레인지 등은 백색으로 통일하고 TV 등 오디오·비디오 제품은 갈색으로 통일하면서 굳어진 용어다. 냉장고나 세탁기는 제품 특성상 청결한 이미지를 강조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제품 개발 초기부터 흰색을 즐겨 써와 ‘백색 가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블랙 라벨’ ‘블랙 에디션’ 등 블랙이 기존 제품보다 더 좋다는 의미가 있는 만큼 가전 업계에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블랙 색상 가전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액티브워시와 애드워시 신제품과 ‘패밀리 허브’ 냉장고에 적용된 ‘블랙캐비어’ 색상은 캐비어(철갑상어의 알) 중에서도 최상품을 일컫는 용어로 고급 패션 브랜드에서 블랙 색상 제품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종종 쓰이기도 한다.
LG전자는 스테인리스 재질과 고급스러운 블랙 코팅 디자인을 적용한 ‘블랙 스테인리스 스틸’을 적용한 다양한 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우선 LG전자의 초프리미엄 가전인 LG 시그니처 세탁기는 상단의 21㎏ 드럼세탁기와 하단의 3.5㎏ 미니워시를 결합, 블랙 스테인리스 디자인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상반기 냉장고·오븐·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 스테인리스 재질과 블랙 코팅 디자인을 적용한 ‘블랙 스테인리스 스틸 시리즈’를 미국에 출시하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블랙 스테인리스 스틸’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데다가 기존 스테인리스 소재에 비해 지문 등의 외부 오염에 강하고 음식물 같은 이물질도 쉽게 닦인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블랙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LG 시그니처 냉장고도 외관을 브러시로 수백 번 이상 곱게 긁는 방법으로 스테인리스 본연의 은은하고 화려한 느낌을 살렸다.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표면에 블랙다이아몬드 코팅을 적용해 냉장고 문이 닫힌 상태에서도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빛을 차단하고 은은한 광택을 유지한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감각적이면서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블랙 디자인이 도입되고 있다”며 “블랙 가전제품은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컬러 희소성이 더하면서 인테리어 가전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주방과 거실이 동일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연출이 가능해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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