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인증서류 조작으로 정부로부터 8만대가 넘는 판매차종에 대해 인증 취소, 판매 정지를 당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여전히 짭짤한 할부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자사의 파이낸스회사를 통해 높은 금리로 할부·리스판매를 실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4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판매하는 차량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담당하는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폭스바겐파이낸셜)는 올 상반기 2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157억원)보다 40%나 수익이 늘었다. 지난 한 해 2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것과 비교해도 올 상반기에 할부·리스로 거둬들인 수익은 상당한 수준이다. 각종 스캔들로 아우디폭스바겐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올 상반기 판매량은 줄었지만 오히려 금융수익은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실제 올 상반기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33%씩 판매량이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이 각종 프로모션으로 판매를 늘리면서 할부·리스 이용객이 늘어난 것이 금융수익 증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평균 3~5년가량 할부금융 또는 리스계약을 맺는데다 이자율 또한 높아 신규 판매가 늘지 않아도 금융계열사의 실적 타격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폭스바겐파이낸셜은 최대 10.59%의 할부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지난 분기 실제 평균 금리도 6.59%에 달해 경쟁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코리아(5.36%),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6.48%)보다 높다.
일각에서는 판매 확대를 위해 수백만원 이상의 할인공세를 벌인 아우디·폭스바겐이 할부수익으로 더 큰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바겐 측에서는 “할부 프로그램에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업계와 소비자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할부·리스판매를 늘린 아우디·폭스바겐은 지금도 매달 고객들이 납부하는 월납입액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 판매물량의 절반을 폭스바겐파이낸셜이 담당하고 있는 만큼 판매량 감소에 따른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NICE신용평가는 폭스바겐파이낸셜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배출가스 및 소음 관련 이슈 차종에 대한 판매를 중단하기로 해 인증기간 사업 기반과 재무안정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